[가을의 추억] 김봉연 “1983년 해태 우승, V10 신화의 시발점”

입력 2014-10-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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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왕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태 4번타자 김봉연. 그는 타이거즈 10회 우승의 시발점이었던 1983년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타율 0.474, 8타점으로 MVP가 된 바 있다. 스포츠동아DB

‘해태왕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태 4번타자 김봉연. 그는 타이거즈 10회 우승의 시발점이었던 1983년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타율 0.474, 8타점으로 MVP가 된 바 있다. 스포츠동아DB

5. 1983년 해태 4번타자 김봉연의 KS

접전 예상 깨고 MBC 청룡에 4승1무 완승
“314바늘 꿰맨 교통사고…오히려 전화위복”


“그때는 어떤 팀과 붙어도 질 것 같지 않았다.”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 신화를 얘기하자면 김봉연(62)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KIA로 넘어갔지만 타이거즈 10회 우승의 시발점은 1983년이었고, 그 주인공은 바로 초창기 해태 강타선의 중심에 섰던 4번타자 김봉연이었다. 현재 극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아직도 1983년 가을의 추억을 고스란히 가슴 속에 품고 있다. 해태 우승 신화가 시작된 해 아니냐”고 말했다.

해태는 1983년 김응룡 감독이 부임한 뒤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상대는 후기리그 우승팀 MBC 청룡. 당초 MBC의 우위를 점치는 평가가 많았다. 해태는 그해 20승 투수 이상윤과 13승 투수 김용남을 보유하고는 있었지만 MBC는 하기룡 이길환 유종겸 오영일 등 풍부하고도 고른 투수력은 물론 짜임새 있는 타선과 수비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봉연 교수도 “하기룡이 워낙 해태에 강했다. 그래서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해태도 무서울 게 없는 타선을 보유해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당시 기억을 돌이켰다.

청룡과 호랑이의 대결. 말 그대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해태의 4승1무 우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당초 한국시리즈는 10월 1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10월 9일 버마 아웅산 폭발사건이 터져 야구 축제를 벌일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국 광주 1차전은 사흘을 늦춰 개막했다. 1회말 시작하자마자 찬스를 잡은 해태는 3점을 선취한 뒤 7-4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2차전부터는 잠실에서 진행돼 해태로서는 불리한 환경이었지만, 2차전을 8-4로 승리하며 2연승을 올렸다. 3차전은 김봉연의 독무대. 3점홈런을 포함해 홀로 5타점을 올리면서 5-3 승리를 이끌었다. 4차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말 2사 1·2루서 MBC 김바위의 우전 적시타를 허용해 1-1 동점이 된 뒤 연장 15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리고 5차전에서 해태는 다시 8-1로 낙승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봉연은 콧수염을 휘날리며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19타수 9안타(0.474), 8타점을 올려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러나 콧수염에는 아픔이 숨어 있었다. 그는 그해 올스타 브레이크 때 교통사고로 무려 314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당했던 것이었다.

그는 “특히 얼굴을 많이 다쳤는데 머리만 무려 200바늘을 꿰맸다. 왼쪽 이마 위를 크게 다쳤고, 코밑 인중 부분도 수술로 흉터가 심하게 남아 이를 감추기 위해 콧수염을 길렀던 것이었다”고 설명한 뒤 “그때부터 난 새로운 삶을 산다고 생각하고 3년 정도 술도 끊고 몸 관리를 잘 했다. 은퇴를 고민하던 서른 살에 프로야구가 생겼는데 83년 첫 우승도 했고, 1988년까지 프로에서 7년을 뛰었으니 교통사고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던 셈이었다”며 웃었다.

최근 KIA의 부진에 그는 “안타깝다”면서 “강타자 출신의 김기태 감독이 타이거즈를 예전 해태처럼 화끈한 공격력의 팀으로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KIA로 바뀌고 나서 2009년에 우승했는데 또 한번 기대하면서 기다려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V11을 기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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