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드라마 장영태 “이대로 잊혀지긴 싫었다”

입력 2014-11-04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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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상과 성적부진으로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가족과 팬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1년을 버텼다.”

시상대 맨 꼭대기에서 우승소감을 말하는 베테랑 선수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10년만의 대상경주 우승 감격과 함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뿌듯함이 겹쳐진 듯 보였다. 오랜 부진과 불운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노장에게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국경정의 살아있는 역사’ 장영태(39·1기)가 돌아왔다.

장영태는 지난 10월30일 미사리 경정장에서 열린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에서 자신의 스승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경정이 한국에 뿌리내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일본인 쿠리하라의 공로를 기리는 대회답게 결승전에 진출한 6명중 ‘디펜딩 챔피언’ 어선규(36·14기)를 제외한 5명이 모두 쿠리하라가 훈련원 교관시절 가르쳤던 1, 2기 제자들이었다.

결승전 레이스가 시작되자 전날 예선 2조1위로 결승에 진출해 1코스를 배정받았던 장영태가 1턴 마크를 선점하며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나왔다. 이후 마지막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개인 통산 세 번째이자, 2004년 이후 10년만의 빅매치 우승이었다.


● 스승 지켜보는 가운데 부활쇼…“이대로 잊혀지기 싫었다”

장영태는 경정 출범 이듬해인 2003년 올스타 경정(현 그랑프리) 챔피언에 오르는 등 스타급 선수였다. 2010년까지 꾸준히 상위권에 있었지만 지난해 두 번의 플라잉(출반 위반)은 그를 나락으로 몰았다. 올 시즌 상반기 내내 출전정지 제재를 받았던 것.

은퇴를 고민하던 그를 다시 영종도 훈련원으로 이끌었던 힘은 두 아들을 비롯한 가족이었다. 9월 복귀전을 치르기 전까지 거의 매주 훈련원 생활을 이어갔다. 복귀 후에도 경기가 없을 때면 훈련원을 찾아 모터보트에 몸을 실었다. 모의경주 90회, 스타트훈련 450회 등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쏟은 끝에 그는 재기의 희망을 보았다.

복귀 후 1착 3회, 2착 2회, 3착 2회 등 준수한 성적을 내던 그는 출주 횟수를 겨우 채워 쿠리하라배 대상경정 진출권을 따냈다.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진 선수였기에 누구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선전에서 경정퀸 ‘손지영’을 제치고 1위로 결승에 진출했고, 마침내 정상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장영태는 “이번 우승으로 건재를 증명한 만큼 제2의 전성기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나 자신을 채찍질 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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