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는 드라마, 이것이 야구다

입력 2014-11-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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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KS) 최고 명승부가 10일 5차전에서 나왔다. 삼성이 최형우의 9회말 끝내기 안타로 2-1 뒤집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선발 밴덴헐크의 7이닝 1실점 역투가 자리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KS 5차전 경기 종합

0-1로 패색 짙던 삼성,9회말 역전승
먼저 3승한 삼성…우승 확률 77.8%
밴덴헐크·소사 호투…명품수비 열전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모든 과정은 삼성 최형우의 9회말 2사후 역전 끝내기 2루타를 치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다.

삼성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7even세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9회말 2사후 터진 최형우의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2-1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중요한 승리를 잡았다. 3승2패로 앞서나간 삼성은 남은 2경기 중 1승만 보태면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밟는다. 역대 KS에서 2승2패(무승부 포함)로 맞선 것은 총 9차례 있었는데 3승을 먼저 챙긴 팀은 그 중 7차례 우승 고지를 밟아 삼성은 77.8%의 우승확률을 잡은 셈이다.

9회말 들어갈 때만 해도 삼성은 넥센에 0-1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상대 마운드에는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버티고 있었다. 삼성으로선 특히 8회말 무사 만루의 황금찬스를 살리지 못해 이대로 무릎을 꿇는 듯했다. 그러나 8회의 실패는 마지막 드라마의 완성을 위해 남겨둔 반전에 불과했다.

역시 작은 실수 하나가 불씨가 됐다. 9회말 선두타자 김상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1사가 됐다. 그런데 1번타자 나바로의 평범한 땅볼을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놓치는 실수를 범하면서 1사 1루가 됐다. 박한이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2사 1루. 여기서 채태인이 우전안타로 2사 1·3루의 찬스를 만들며 꺼져가던 불씨를 살렸다.

타석에는 4번타자 최형우가 들어섰다. 최형우는 볼카운트 1B-1S에서 원바운드로 1루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날렸지만 아슬아슬하게 파울이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그리고 2B-2S에서 5구째를 잡아당겨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다. 3루주자 나바로에 이어 1루 대주자 김헌곤이 전력질주로 홈을 파고들며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판정을 받아냈다. 삼성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오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선발투수인 삼성 릭 밴덴헬크(7이닝 5안타 5탈삼진 1실점)와 넥센 헨리 소사(6.1이닝 4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팽팽한 명품 투수전에다, 양 팀 우익수인 넥센 유한준과 삼성 박한이의 명품 수비 대결까지 흥미 만점이었다.

특히 넥센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8회말의 공방 역시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넥센 2번째 투수 조상우가 3번 채태인에게 중전안타, 4번 최형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5번 이승엽에게 사구를 내주며 무사 만루가 됐다. 여기서 넥센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박석민을 유격수 인필드플라이, 박해민을 1루수 땅볼(3루주자 홈에서 아웃), 이흥련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막아낼 때만 해도 승운은 넥센 쪽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야구는 역시 ‘9회말 2아웃’부터 였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는 명언이 들어맞은 5차전이었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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