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난 행복한 야구선수였다”

입력 2014-11-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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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선우가 17일 은퇴를 선언했다. 1세대 한국인 메이저리거에서 한국 16승 투수, 그리고 은퇴까지.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이제 후회가 없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LG 김선우가 17일 은퇴를 선언했다. 1세대 한국인 메이저리거에서 한국 16승 투수, 그리고 은퇴까지.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이제 후회가 없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 현역 은퇴…17년 프로인생 마침표

2005년 쿠어스필드 완봉 1세대 빅리거
한국 무대서 기교파 변신 2011년 16승
하지만 공 던질때 살아있음을 느꼈기에…
LG서 ‘김선우답게’ 선수인생 정리 결심
한국에서 재미있게 야구…난 행복했다

굿바이 써니!

LG 김선우(37). 이제 마운드에서 더 이상 그의 유니폼을 볼 수 없다. 17일 오전 구단 사무실을 찾아 은퇴의사를 전했기 때문이다. 한국인 1세대 메이저리거에서 한국 16승 투수, 그리고 은퇴까지. 김선우는 “후회가 없다”고 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야구인생을 자신의 손으로 정리한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김선우는 “‘가장 나다운 모습이 뭘까’를 고민했다”고 했다.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때 살아있음을 느꼈지만, 그랬기에 ‘김선우답게’ 마지막을 정리하고 싶었다고 했다.


● 한국인 1세대 메이저리거…“후회는 없다”

김선우의 야구인생은 파란만장했다. 그는 1세대 메이저리거였다. 휘문고 시절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1996년 OB에 우선지명됐지만 고려대학교로 진학했고, 대학교 재학 중 199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몬트리올, 워싱턴, 콜로라도 등 여러 구단을 거쳤다. 2005년 콜로라도 시절에는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에서 완봉승을 거둔 대기록도 가지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1997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선수로 뛰었다.

2006년을 마지막으로 미국생활을 정리했고. 2007년 두산으로 돌아와 야구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그는 두산의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11승(10패)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더니 2010년 13승6패, 2011년에는 16승7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2010년부터 트레이드마크였던 강속구를 버리고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 거둔 성과라 더욱 가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부상이 겹치면서 조금 주춤하기 시작했다. 결국 2013년 시즌이 끝난 뒤 두산 코치직 제안을 받았다. 그는 선수생활 연장 의지를 드러내며 구단을 나왔고, LG에서 다시 현역생활을 이어갔다.

김선우는 2014시즌 1군보다는 주로 2군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후배들을 다독이며 선배로서 모범을 보였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자 양상문 감독은 엔트리에 없는 김선우와 임재철을 선수단과 동행시켰다. 그들의 리더십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 “난 행복한 야구선수였다…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

김선우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 한 편에는 늘 아쉬움이 있었다. 올 시즌 LG의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0.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투수 김선우의 인생’을 마운드에 남겨둔 채 내려왔다. 그는 “나는 행복한 야구선수였다. 내가 한국에 왔을 때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야구 붐이 다시 일어났고 재미있게 야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야구를 하면서 힘든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었는데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선수도 얼마나 많은가”라며 “앞으로 계획은 없다. 당분간 쉬고 싶다. 고생한 아내와 아이들에게 아빠, 남편 노릇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그의 인생에서 ‘야구’는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김선우는 “야구선수는 그만두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선수로서의 삶은 마감되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제2의 야구인생을 향해 그는 열심히 달려갈 것이다.


홍재현 기자 hogn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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