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케빈 영입작전’ 영화같은 8일

입력 2014-12-0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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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한국에 도착해 시차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사흘 만에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 출전한 케빈.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4∼2015 V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서브를 넣고 있다. 천안|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minani84

현대캐피탈 아가메즈 부상에 새선수 물색
안남수 단장이 직접 터키-벨기에 달려가
시즌 중 케빈 소속팀 설득 또 설득후 타결
3주 걸리던 이적절차 이틀 만에 속전속결

현대캐피탈이 LTE급 속도로 케빈의 이적절차를 완료했다. 11월 19일 한국전력에 0-3으로 패한 뒤 코칭스태프가 아가메즈의 교체를 요청한지 8일 만인 11월27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 출전시켰다. 3주가 걸린다는 선수등록을 단 이틀 만에 마쳤다. 게다가 다른 리그에서 뛰던 주 공격수를 시즌 도중에 데려오는 ‘미션 임파서블’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영화보다 더 박진감 넘쳤던 ‘케빈 데려오기’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아가메즈의 무릎이상으로 고민하던 코칭스태프, 마침내 교체를 요구하다

아가메즈는 10월 29일 LIG손해보험과의 경기도중 무릎에 탈이 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회복 여부에 더 신경을 썼다. 그러나 부상회복이 더뎠다. 위기신호가 여기저기에서 켜졌다. “새로 데려오는 선수로 우승이 확실하다는 보장이 있으면 바꿔도 좋다”는 구단주의 지침도 있었다.

구단은 플랜B를 가동했다. 영입 가능성이 있는 선수명단부터 확보했다. 11월 16일 삼성화재전이 끝난 뒤 전략회의가 열렸다. 이때도 코칭스태프는 아가메즈에게 미련을 뒀다. 그러다 11월 19일 한국전력에 패하자 교체를 요구했다. 더 이상 팀이 쳐지면 시즌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었다. 안남수 단장은 즉시 구단주에게 코칭스태프의 요구사항을 보고하고 결심을 받았다. 안 단장은 그날 밤 터키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기중 코치와 함께 케빈을 잡으러 움직였다. 마침 케빈의 소속팀 피아첸차는 벨기에에서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고 있었다. 김 코치와 안 단장은 비행기를 2번 갈아타고 열차로 밤을 새워 달려간 끝에 경기장에서 케빈이 뛰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즉시 한국으로 보냈다. “마지막 기회다.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달라”고 했다. 김호철 감독으로부터 “괜찮다”는 사인이 왔다. 즉시 안 단장이 영입작전에 나섰다. 케빈을 만나 한국행을 설득했다. 에이전트를 통해 조건을 제시했다. 케빈은 오겠다고 했다.


● “당신이라면 보내겠냐”던 피아첸차 마침내 수락하다

이제 남은 것은 소속구단이었다. 안 단장은 피아첸차의 단장을 만났다. 케빈을 달라고 하자 “당신이라면 시즌 도중에 팀의 주 공격수를 보내겠냐”는 대답이 왔다. 이때부터 지루한 설득작업이 이어졌다. 안 단장은 에이전트를 이용했다. 구단이 줄 수 있는 액수를 제시한 뒤 “이 돈을 당신이 다 가져도 좋다. 단 일요일까지 한국행 비행기에 케빈을 태우는 조건”이라고 했다.

에이전트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다. 6차례의 정회를 거듭한 끝에야 이적협상은 끝났다. 이 과정에서 아가메즈가 큰 역할을 했다. 피아첸차는 “왜 아가메즈 같은 슈퍼스타를 포기하고 케빈을 데려가냐”며 의아해 할 정도로 아가메즈의 명성은 이탈리아 배구계에서 높았다. 덕분에 현대캐피탈의 신뢰도도 높아졌다. 부상이라는 설명을 들은 뒤에야 피아첸차도 납득했다.

● 3주가 걸리는 이적절차를 이틀 만에 해치운 현대정신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케빈을 데려와서 하루라도 빨리 경기에 뛰게 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안 단장은 회사의 모든 인력을 대기시킨 뒤 영입이 확정되는 순간 이적절차를 밟도록 했다. 대한배구협회와 피아첸차, 케빈의 모국 프랑스 배구협회, 국제배구연맹(FIVB), 현대캐피탈까지 가세해 전 세계의 배구선수들의 이적을 관장하는 온라인 트랜스퍼시스템을 통해 피아첸차의 선수 삭제∼현대캐피탈의 등록 과정을 진행하고 FIVB의 승인 절차를 밟았다. FIVB가 이를 통해 받는 이적 수수료는 2000스위스프랑이었다.

안 단장과 함께 비행기를 탄 케빈이 24일 오후 입국한 뒤 출입국관리소와 법무부를 오가며 법무부장관의 직인이 찍힌 취업비자를 받기까지 걸린 절차는 더 복잡했다. 평소 2∼3주가 걸렸다. 외국인선수가 국내에서 뛸 때 꼭 하는 메디컬테스트 통과증도 필요했고 한국배구연맹(KOVO)의 추천서도 있어야 했다. 이를 이틀 만에 해치웠다. 27일 오후 한국배구연맹에 등록을 완료했다.

구단은 11월 27일 OK전을 앞두고 외부 제작물도 밤새워서 다 바꿨다. 월요일에 사진을 찍어서 유관순체육관 안팎에 있던 대형 현수막 등 모든 설치물에 아가메즈의 사진을 빼내고 케빈의 사진을 넣었다. 응원가도 긴급히 만들었다. 구단이 할 수 있는 지원은 모두 다 했고 결국 케빈은 V리그 데뷔전에서 3-0 승리를 안겼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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