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FA선수 다시 품을까? 말까?

입력 2014-12-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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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환-이성열(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나주환·이성열·차일목 등 두고 소속팀 딜레마

“나를 몰라줘? 후회할 걸?” 호기롭게 집을 나간 식구가 느닷없이 돌아왔다. 다시는 안 볼 줄 알았는데 ‘나가 보니 날 불러주는 곳이 없더라’며 다시 먹여주고 재워달란다. 안 받아주면 얼어 죽을 판이다. 내년에 먹고 살 식량을 식구들에게 전부 나눠줬는데 예상치 못한 입이 늘어난 꼴이라 난감하다. 그렇다고 적게 먹이자니 자존심을 상하게 할까 걱정이다.

둥지를 찾지 못한 ‘프리에이전트(FA) 미아’들이 발생하면서 해당 선수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지만 이들의 원 소속팀들의 딜레마도 상당하다. SK는 유틸리티 내야수 나주환, 불펜의 마당쇠 이재영과 ‘재협상’을 시작해야 될 판이다. KIA도 포수 차일목, 넥센도 외야수 이성열과 다시 만나야 된다.

세 구단 관계자는 하나같이 말을 아꼈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선협상 기간에 타결이 안 났다는 것은 원 소속팀도 간절하게 필요하지 않았다는 뜻이 배어 있다.

현실적으로 4일부터 4명의 ‘FA 미아’들은 원 소속팀과 협상해서 잔류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우선협상기간처럼 선수들이 칼자루를 쥔 형세가 아니라 구단의 선처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구단 예산을 다 썼는데 새로 만들어야 되니까 시간이 좀 필요하다. 최초 제시액을 보장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KIA 관계자도 “이 시점에서 자칫 잘못 얘기가 나가면 가뜩이나 예민할 선수와 협상이 더 어려울 수 있으니 말을 많이 못해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넥센 관계자 역시 “선수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가급적이면 만나는 약속을 천천히 잡겠다”고 말했다. 원래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협상이라 접점을 찾기 힘들지만 구단이 서두를 것 없는 상황이라 장기전이 불가피할 수 있다.

‘FA 미아’들은 언제 둥지를 찾을 수 있을까.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속절없이.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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