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 “서건창 폼 따라하기? 이해가 중요!”

입력 2014-12-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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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정수빈. 스포츠동아DB

“무조건 ‘따라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그 폼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두산 정수빈(24)은 올 시즌 넥센 서건창(25) 타격폼 따라하기로 화제를 모았다. 서건창의 타격폼은 독특하다. 선수 본인마저 “이런 폼으로 하면 안타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치는 게 아니라 야구를 계속 하면서 최적의 폼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평범하진 않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정수빈은 서건창의 타격폼을 따라했고, 덕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정수빈은 전반기 0.276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타격폼을 바꾼 뒤 후반기 타율 0.351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전반기 80경기에서 71안타를 쳤는데 후반기 47경기에서 무려 60안타를 쳤다. 2009년 프로 데뷔 후 100경기 이상을 뛴 시즌 중에서는 처음으로 타율 3할(0.306)을 기록했고, 개인 최다홈런(6홈런), 최다타점(49타점)을 달성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묘한 차이로 투구밸런스가 흐트러지는 투수와 마찬가지로 타자도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이어온 타격폼을 바꾸는 건 모험에 가깝다. 그러나 정수빈은 시즌 도중 서건창 타격폼으로 타석에 섰고, 끝내 체화시켰다. 그는 “무조건 따라한 건 아니다. (서)건창이 형이 너무 잘 쳐서 폼을 지켜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다”며 “이 폼으로 치면 어떤 부분이 좋은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수빈은 “한순간의 깨달음”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올해로 6년차다. 2009년 고졸신인으로 혜성처럼 나타나 주전외야수로 자리매김했지만 늘 2%가 부족한 시즌을 보내곤 했다. 그는 “타자는 타석에서 어느 순간 깨닫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 역시 올해 같은 걸 느꼈다”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서)건창이 형의 타격폼과 더불어 6년간 쌓아왔던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느낌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타석에서 어떻게 쳐야하는지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깨달음을 얻은 정수빈은 예정됐던 군 입대도 미루고 내년 시즌을 뛰기로 결정했다. 그는 “구단과 얘기를 나눴는데 뭔가 잡혔을 때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고 난 뒤 가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군대도 미루고 뛰는 만큼 내년 시즌 더 열심히 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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