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구단 답습…인사 잡음·행정력 정체
이해도 없는 CEO 임명되면 팀 자체 흔들
도시민구단뿐 아니라 기업구단들도 인사 잡음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5년간은 달라진 인사 풍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그 전까지 기업구단들의 사장·단장 자리는 축구단과 인연이 없었던 모기업 인사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프로축구단 사장은 은퇴를 앞둔 모기업 임원들이 2∼3년간 거쳐 가는 자리’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최근에도 몇몇 구단은 이런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스포츠단 경영이나 프로축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가진 모기업 임원이 프로축구단의 CEO를 맡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프로스포츠 또는 프로축구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임원이 CEO로 임명되면, 구단의 방향성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엉뚱한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 이전 구단 프런트가 진행했던 사업이 단숨에 수포로 돌아간 적도 있다. 또 자신의 임기 동안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지출을 줄이고 안정적인 경영에만 집중한 탓에 구단의 행정력과 팀의 경쟁력이 정체되는 경우도 잦았다.
2000년대 중반 대기업구단인 A팀의 경우, 새 사장이 부임한 직후 전임 사장이 진행했던 사업을 대거 정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적지 않은 예산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유소년축구 시스템의 수정이었다. 전임 사장은 유소년축구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선수 수급이 가능하도록 사업을 진행했지만, 신임 사장은 “너무 많은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일부를 정리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 제대로 결실도 보지 못한 채 서둘러 마무리됐다. 해당 팀 코칭스태프와 직원들은 황당했지만, 새 CEO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프로축구단의 살림을 책임진 CEO는 아무도 없다. 축구단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직원 출신 CEO도 탄생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 또한 대기업 임원 중 한 명이었고, 짧은 임기를 마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인사 풍토가 사라져야만 프로축구단이 발전하는 중대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