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훈련해도 잘 늘지 않는 ‘리시브’

입력 2014-12-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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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구 사령탑들 공통과제 ‘리시브’

리시브는 타고 나는 것…몸이 기억해야
남자부 성공률 가장 높았을때도 60%선
리시브 약한 선수에 목적타 서브 트렌드
이정철 감독 “답을 알아도 해결 안된다”

15일 대전 충무체육관의 KGC인삼공사-도로공사 경기를 앞둔 사전 인터뷰 때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은 많은 말을 했다.

평소 조용한 목소리로 점잖게 얘기하던 서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이었다. 팀이 3연패를 하는 동안 가장 문제였던 서브리시브와 관련해 얘기를 나누던 것이 마치 리시브 강의처럼 됐다. 현역시절 빼어난 윙 리시버였던 서 감독은 “아무리 많은 훈련을 한다고 해서 쉽게 늘지 않는 것이 리시브다. 두 팔의 특정 부위에 날아오는 공을 얼마나 정확하게 받느냐는 ‘타고난 감각’이 크게 좌우한다. 반복훈련을 통해 발전을 하지만 그 폭이 크지는 않다”고 했다.

도로공사는 연패 동안 고예림과 김선영이 상대의 집요한 서브공격을 견디지 못했다. 세터 이효희의 머리 위로 공이 제대로 날아가지 못했고 팀은 졌다. 제 아무리 좋은 센터진과 세터를 가져도 서브리시브가 정확하지 않으면 공격옵션은 줄어든다. 상대의 예측이 가능한 보이는 공격, 흔히 말하는 2단공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 모든 팀은 서브 리시브 때문에 고민한다

배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잘해야 하는 것이 리시브인데 그렇게 어렵냐”고 말한다. 사실 어렵다. V리그의 서브 리시브 정확도 변화를 보면 그 말의 답이 드러난다. 남자부의 경우 성공률이 가장 높았던 2005시즌, 2005∼2006시즌이 60% 초반 성공률이었다. 90%를 훌쩍 넘는 야구의 수비와 비교되지 않는다.

야구는 수비 잘하는 팀이 강팀이고 수비는 가장 빠른 시간에 훈련을 통해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배구도 리시브를 잘하는 팀이 강팀이지만 성공 확률이 높지 않고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쉽게 좋아지지 않는 것에 묘미가 있다. 리시브의 어려움이 결국 경기의 승패를 예측 못하게 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배구연맹(KOVO)은 시즌별로 리시브 정확도에 관련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2005시즌부터 2007∼2008시즌까지는 리시브 성공률을 기준으로 했다. 이후부터는 세트평균 리시브 성공 개수를 기준으로 한다. 2007∼2008시즌 이후의 수치변화(표 참조)를 보면 V리그의 서브리시브 성공확률은 확실히 떨어지는 추세다. 배구가 발전하면서 서브공격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집요해진 까닭이다.

최근에는 상대 팀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리베로가 아니라 윙 리시버나 리시브가 약한 선수를 골라 목적타 서브를 넣는 것이 트렌드다. 공의 변화도 전보다 훨씬 심하다. 특히 V리그 공인구인 스타볼이 일본제 미카사보다 더 크고 표면이 부드러워서 플로터 서브(무회전 서브)가 코트를 넘어오면 마치 야구의 너클볼처럼 흔들린다고 한다.


● 잘하는 방법을 알아도 고치기 힘든 리시브

최근 2년간 정규리그에서 단 5,6패만 기록했던 IBK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고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 60%의 리시브 점유율(46% 성공률)을 기록했던 채선아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리베로 남지연마저 도와주지 못하면서 3∼4점차의 리드도 쉽게 뒤집어진다. 17일 현재 리시브 수치는 6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로 세트평균 5.75개다. 이 부문 1위는 흥국생명으로 7.255개다. 이 감독은 경기분석 화면을 편집해 선수들에게 주며 스스로 해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사실 이 과정은 모든 팀이 다 한다. 답도 모두가 다 안다. 발이다. 하체가 버텨주지 않으면 정확한 리시브는 되지 않는다. 최대한 몸의 중심과 가까운 곳에서 공을 받으라고 초등학교 때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다. 문제는 두 팔의 스위트 스팟에 얼마나 정확하게 그리고 어떤 강도로 날아오는 공의 탄력과 스피드를 죽여서 세터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느냐다. 여기서 바로 타고난 감각과 근육의 기억이 필요한 것이다. 리시브가 흔들리는 선수들을 다그친다고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선수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고 격려를 해줘야 발전하는 과정이 단축된다. 이정철 감독도 그래서 “이제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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