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제시카는 어쩌다 왕따가 됐을까

입력 2014-12-23 0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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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사진|동아닷컴DB


홀로서기에 나선 제시카가 본격적으로 디자이너의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를 둘러싼 상황이 좀 이상하다.

제시카의 브랜드 블랑앤에클레어는 전적으로 ‘제시카’라는 이름에 기대어 만들어진 브랜드로, 정식 론칭한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블랑앤에클레어’라는 브랜드보다 ‘제시카’라는 브랜드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말하면 제시카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기반과 충성심이 얼마나 탄탄한지가 이후 사업을 진행하는데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 그녀의 가장 튼튼한 지원군이 되어줘야 할 한국에서 제시카의 모습은 ‘고립무원’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입지가 좁아져 가고 있다.

이런 제시카의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 22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발생했다.

이날 롯데백화점에서는 블랑앤에클레어의 팝업스토어 오픈을 기념하는 팬사인회가 열릴 예정이었고, 이에 맞춰 제시카는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취재를 요청하며 국내 첫 스토어오픈을 기념하고자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시카의 이런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이날 현장에 모인 취재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사진행과 제시카의 불성실한 태도 등에 불만을 드러냈고, 이는 결국 행사 사진을 출고하지 않는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상식을 벗어난 일의 연속이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행사가 시작된 것은 물론이고, 제시카는 팬사인회 시작 전 수 십초에 불과한 포토타임만을 진행한 채 정작 팬사인회 모습은 촬영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팬사인회를 취재해 달라고 불러 모아 놓고 이를 못하게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이후 진행에 대한 아무런 안내 없이 무작정 취재진을 대기시켜놓다가 한 시간가까이 지난 후에야 제시카가 이미 현장을 떠났다는 말을 전해 황당함을 더했다.

사람을 놀리기 위해 부른 게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의 불성실하고 엉망인 행사 진행이었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이를 책임질 담당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실제 몇몇 기자들은 행사 진행과 관련해 문의를 하기위해 담당자를 찾았지만 ‘행사를 담당한 직원이 아무도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했다. 다만 블랑앤에클레어의 홍보대행사 직원이 있었을 뿐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제시카가 여전히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는 점이다.

비록 소녀시대를 탈퇴했다고 하지만 제시카와 SM엔터테인먼트는 여전히 전속계약이 유효한 상태이고, 국내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응당 SM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가 나와 있었을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즉 이는 제시카와 SM엔터테인먼트가 계약관계에 있으면서도 서로에 대해 일체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제시카, 사진|블랑앤에클레어


제시카와 SM엔터테인먼트의 이런 이상한 동거는 짐작대로 제시카의 소녀시대 탈퇴로부터 비롯됐다. 제시카는 먼저 웨이보를 통해 소녀시대에서 탈퇴를 ‘통보받았다’고 밝혔고, SM엔터테인먼트는 곧이어 ‘제시카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도저히 소녀시대 활동을 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제시카가 취한 행동은 SM엔터테인먼트와 ‘선긋기’ 였다. 독자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언론사에 배포한 제시카는 이후 SM엔터테인먼트 혹은 소녀시대와 관련된 행사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개인 활동에 돌입했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도 제시카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하면서 지금과 같은 기묘한 동거의 형태가 완성됐다.

이제 와서 누가 더 잘못 했냐를 따지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점은 제시카가 사실상 1인 기획사나 다름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시카는 스스로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길을 선택했고, 이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하지만 지금까지 모습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번 팬사인회만 해도 사실 담당자가 없다는 건 난센스다. 설령 정말로 행사를 담당한 직원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날의 주인공이자 주체인 제시카 본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온전히 자신과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최종적인 책임은 제시카 본인에게 있고 현장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은 스스로 해결을 했어야함이 당연했다. 하지만 제시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SM이라는 든든한 배경과 언론의 신용을 잃은 제시카가 기댈 곳은 팬들 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녀가 이 팬들을 잘 달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소녀시대 탈퇴 후 제시카가 국내팬들과 만난 것은 이번 팬사인회가 처음이었고, 그녀의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고 활동거점이 돼야할 블랑앤에클레어의 매장은 기간제로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뿐이다. 여기에 타일러권과의 염문설은 하루가 멀다며 터져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그녀를 지지하는 열혈팬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국내 활동은 뒷전인데다가 스캔들이 반복되면 그들도 결국 지칠 수밖에 없는 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녀가 팬사인회에서 흘린 눈물도 과연 진심이 담긴 것인지, 악어의 눈물에 불과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물론 제시카의 브랜드사업 주요 무대가 중국인만큼 현지 활동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미 그녀에 대한 옹호보다 비난의 여론이 커지고 있는 판국에 ‘한국에서 인기가 떨어져 중국으로 건너갔다’라는 이야기가 그녀의 중국 활동에 썩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나마 지금은 타일러권이 제시카 편으로 보이지만, 그의 진짜 정체와 의도에 대한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은 그리 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냉정하게 평가해 제시카의 현재 상황은 ‘고립무원’,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사업은 아직 궤도에 올라서지 못했고, 지지 기반은 점점 약해져가고 있다.

제시카에게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제시카 타일러권, 사진|HK채널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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