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손’ 또 프로배구 승부조작 시도

입력 2014-12-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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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 현역 선수가 불법 스포츠도박꾼에게 승부조작 관련 협박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12년 배구판을 뒤덮었던 승부조작의 검은손과는 전혀 다른 사례여서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불법스포츠도박서 수억원 사기 당한 K씨, A구단 주전 세터 B선수 협박

선수 출신 브로커 연루된 승부조작 사기극
B선수 경기 이기고 영문 모른 채 협박 당해

프로배구 현역 선수가 불법 스포츠도박꾼에게 승부조작 협박을 당했다. V리그에 승부조작 경계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최근 A구단의 선수가 불법 스포츠도박에 관여했다가 사기를 당해 수억 원의 피해를 본 사람으로부터 협박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최근 경기에서 불법도박으로 큰 손해를 본 K씨가 궁지에 몰리자 선수 숙소까지 찾아왔고 선수와 대질을 요구한 것도 확인됐다. 스포츠동아가 V리그 승부조작과 관련한 사실을 처음 보도(12월10일자 8면)한 이후 잇달아 다른 언론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이번 사건은 당시에 언급됐던 브로커의 협박과는 전혀 다른 사례다. 협박당한 선수들은 2012년에 발생했던 승부조작과도 관련이 없었다.


● 사건의 발단

문제의 경기는 최근 벌어진 남자부 경기다. 3-2로 승패가 결정 났다. 우여곡절 끝에 연패를 기록하던 A팀이 이겼다. 그 경기에서 승리한 구단의 주전 세터 B선수에게 협박전화가 갔다. 문제의 경기가 끝난 다음날 밤 11시에 벌어진 일이다. 불법 스포츠도박꾼 K씨는 다짜고짜 “너희들의 장난에 내가 지금 곤란에 빠졌다. 책임져라. (승부조작 사실을)경찰에 고발하겠다. 지금 경찰서 앞으로 나와라”는 내용이었다. B선수는 뜻밖의 전화에 당황했지만 양심에 거리낄만한 일을 한 적이 없기에 당당하게 맞섰다. 즉시 한국배구연맹(KOVO)에 협박사실을 알렸고 KOVO는 B선수에게 “앞으로 전화 내용을 모두 녹취하라”고 안내했다. B선수는 K씨와 6차례 통화를 했다. K씨의 입을 통해 드러난 사건은 한마디로 불법스포츠 도박을 이용한 사기였다.


● 범죄의 재구성

이번 사건에는 2012년 승부조작 사건 때 구속됐던 선수출신 Y씨와 또 다른 선수출신 L씨가 연루됐다. 이들은 K씨에게 “C선수와 짜고 승부조작을 하기로 했다”며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K씨는 착수금조로 3000만원을 불법 스포츠도박꾼인 D씨를 통해 Y씨에게 건넨 건으로 보인다. K씨는 확실한 일처리를 위해 C선수를 직접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Y씨는 C선수가 훈련일정과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대면은 어렵다면서 전화통화를 하게 해줬다. K씨와 통화를 했던 자칭 C선수는 가공의 인물이었다. K씨는 가짜 C선수와의 통화를 녹취한 뒤 진짜라고 믿고 많은 돈을 투자했다. 경기 결과는 도박과 정반대로 나왔다. 사기에 걸린 것이다. 경기 이후 불법 도박사기꾼 Y씨는 잠적했다. 궁지에 몰린 K씨는 Y씨를 수소문하다 연락이 되지 않아 C선수에게 직접 따지기 위해 숙소를 찾아갔다. 하필이면 선수단은 외박 중이었다.

K씨는 B선수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C선수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B선수는 진짜 C선수가 이번 사건에 관련이 없음을 확인한 뒤 K씨와 C선수가 직접 통화하도록 했다. B선수가 들려준 뜻밖의 얘기에 놀랐던 C선수는 이번 사건과 자신이 관련 없음을 확인시키기 위해 통화를 했다. C선수는 자신의 연락처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숙소 인근의 파출소를 찾아가 유선전화를 통해 K씨와 연락했다. 가짜 C선수의 목소리를 녹취해 B선수에게 보내줬던 K씨는 진짜 C선수의 목소리를 듣고 당황했다. 내용을 파악한 뒤 자신이 사기를 당했음을 알았다. K씨는 이후 몇 차례 더 B선수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B선수와 C선수는 접촉에 응하지 않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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