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한전 빅딜 유보 왜?

입력 2014-12-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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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박주형-서재덕(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KOVO, 권영민·박주형↔서재덕 임대 트레이드 공시 철회

시즌 끝나면 원 소속팀 복귀 조건부 트레이드
타 구단들 ‘선수 임대차 규정’ 위반 강력 반발
KOVO 내년 1월2일 임시이사회서 최종 결정

V리그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깜짝 빅딜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새해 1월 2일 임시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는 성사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은 V리그 2014∼2015시즌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3시간 앞둔 29일 오후 9시께 현대캐피탈의 세터 권영민과 레프트 박주형-한국전력의 레프트 서재덕을 맞바꿨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시즌이 끝나면 원 소속팀으로 복귀를 조건부로 하는 임대 트레이드다. 2012∼2013시즌 개막 이전에 벌어졌던 한국전력(하경민)-대한항공(장광균 신경수)의 임대 이적 이후 2번째다. 문제는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이다.

제12조 국내임대선수 등록 2항에 따르면 “시즌 도중에 국내 구단간 선수임대차 및 원소속 구단으로의 복귀는 정규리그(포스트시즌 포함) 기간 중에는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선수의 권리를 보유한 구단이 시즌 도중에 임대형식의 트레이드를 이용해 특정 팀의 전력을 강화시키고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는 허점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트레이드는 불가능하다. 반면 또 다른 규정(제7조 이적선수 등록 3항)도 있다. 정규리그 4라운드 시작 이전에 벌어지는 국내선수간의 이적은 문제가 없다. 두 규정이 상충한다.

선수의 인권을 중시한다는 측면과 법의 정신을 보자면 이번 임대형식의 트레이드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KOVO는 30일 오전 트레이드를 공시했지만 다른 구단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규약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자 공시를 내렸다. 이후 오랜 시간 회의를 계속했다. 실무자의 실수를 인정하고 트레이드를 무효로 돌리기도, 강행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 포스트시즌을 향한 마지막 도박을 한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

이번 빅딜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두 팀 사령탑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30일 현재 한국전력은 10승8패 승점28로 4위, 현대캐피탈은 8승10패 승점27로 5위다. 3위 대한항공(10승8패 승점31)을 사정권에 두고 팀의 약점이던 연결과 서브리시브의 보강에 방점을 두고 움직였다.

트레이드에 적극적이었던 쪽은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이었다. “언제든지 우리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 몇몇 팀과 트레이드 의사를 타진했다. 적극적으로 화답한 팀이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었다. 두 감독은 27일부터 트레이드 의사를 주고받았고 29일 오후 4시에 최종적으로 두 감독이 원하는 선수의 이름을 공개했고 확정했다.

신영철 감독은 쥬리치-전광인-서재덕의 공격트리오도 좋지만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한다면 권준형의 불안정한 토스를 보완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 대안으로 택한 것이 권영민이다. 박주형은 서브리시브를 전담하는 서재덕의 공백을 메워줄 플랜B로 생각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부터 레프트 윙리시버의 공백을 메우려고 해왔다. 이번 시즌에도 그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고 결국 서재덕을 가장 완벽한 퍼즐로 판단했다.


● 원칙에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대하는 구단들

KOVO는 30일 하루 종일 대책회의 했다. 사실상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다. 몇몇 구단은 14일 이내에 할 수 있는 이의신청을 통해 이번 트레이드를 무효로 돌리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워낙 중차대한 사항이다 보니 빨리 임시이사회를 열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KOVO도 후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2일 임시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여기서 나온 결론을 가지고 트레이드를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무효로 돌릴 것인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KOVO는 이번 트레이드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는 자세다.

이번 트레이드를 주인공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으로서는 KOVO에서 나온 공시를 복사해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한쪽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KOVO는 이와 관련해 31일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다는 입장만 정했다.

하필이면 1월 1일 천안에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맞대결을 벌인다. 만일 여기서 서재덕이 출전하고 대한항공이 부정선수라고 주장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겠지만 현대캐피탈도 2일 임시이사회 이전에는 성급히 서재덕의 출장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산|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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