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김태호 PD. 사진제공|MBC
‘힐링의 시간’ 선물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10월, ‘무한도전’ 400회 특집. 멤버 박명수와 정준하가 서해안으로 주꾸미 낚시 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두 사람은 여행길에서 예전 노래를 들으며 추억을 떠올렸다. “이때가 좋았지!” 순간, ‘무한도전’ 연출자 김태호(40·사진) PD의 촉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김 PD는 녹화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무한도전’ 멤버들과 1990년대 음악을 아이템으로 기획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0일부터 3회 분량에 걸쳐 ‘토토가’ 특집이 방송됐다. 1990년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들의 ‘그때 그 시절’ 노래와 함께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360도 카메라 회전 등 촬영기법과 다소 촌스러운 글씨체의 자막 등으로 김 PD는 1990년대를 재현했다. 수많은 시청자의 추억은 ‘무한도전’이 2012년 1월7일 이후 3년 만에 시청률을 20%대에 진입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김 PD의 기획력과 연출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 PD는 “멤버들의 나이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이라 이들과 잘 어울릴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15∼20년 전인 이때에 음악을 가장 활발하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듣더라도 누구라도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가 참 많았던 시절이다”고 돌아본다.
그렇게 흥얼거리며 듣는 음악은 힘이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김 PD는 음악을 통해 서로 앞다투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주길 원했다. 의도대로 대중은 3주 동안 ‘토토가’를 통해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1990년대에 젊음을 보낸 이들은 대부분 현재 30대∼40대다. 지금 가장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다. 그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잠시나마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실제로 시청률 조사기관 TNmS가 집계한 ‘토토가’ 연령대별 시청률은 40대 여성이 28.3%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여성, 40대 남성, 30대 여성, 20대 여성 순이었다. 김 PD의 의도가 과했던 탓(?)일까. 어떤 이는 추억에 젖어 진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PD는 “40대 시청자가 많았다는 건 우리의 의도가 잘 드러났음을 말해준다”며 “눈물을 자아내려던 건 아니다”며 웃었다.
그런 뜨거운 반응 속에서 김 PD는 새삼 깨달았다며 말했다.
“‘명곡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음악의 힘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