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박정진의 눈물어린 캠프

입력 2015-01-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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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정진이 일본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 할아버지의 부고를 받아들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아껴주셨던 할아버지의 사망소식에 충격을 받았지만 야구를 잘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귀국을 포기한 채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조부상 불구 가족들 귀국 만류에 몸만들기 열중

“할아버지, 스프링캠프 끝나면 산소 찾아뵐게요.”

일본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 훈련 중인 한화 박정진(39)은 최근 비보를 접했다. 16일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귀국도 포기한 채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지난 8일 재활훈련을 위해 오키나와로 출발하기 직전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할아버지를 찾아뵙기는 했지만, 연세(92) 탓인지 기력이 많이 쇠해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가 “일본 잘 다녀오겠습니다”는 인사를 할 때도 할아버지는 눈을 감은 채 잠만 주무셨다.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됐다.

막상 타국에서 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접하니 마음이 찢어졌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슬픔이 더 크게 밀려왔다. 고치 캠프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성근 감독은 박정진에게 “한국에 가서 장례식을 치르고 와도 좋다”고 했지만 아버지와 할머니가 “일본에서 훈련 잘 하는 게 중요하다.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하면서 그는 이를 악물고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이어가기로 했다.

발인일인 18일 박정진은 스포츠동아와의 국제통화에서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나에게는 각별하신 분이었다”며 추억을 더듬었다.

할아버지는 둘째 손자인 그를 끔찍이 아꼈다. 청주중앙초∼청주중∼세광고에서 야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버지와 함께 극진히 보살폈다. 그가 서울의 연세대에 진학하고, 대전의 한화에 입단하면서 헤어져 살게 됐지만, 할아버지는 한화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늘 TV중계를 보면서 손자를 응원했다. 전화통화를 할 때면 항상 “몸 관리가 첫 번째”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할아버지를 가슴에 묻고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월 개인훈련을 진행하다 견갑골(몸통의 뒤쪽과 팔을 연결하는 역삼각형의 넓적한 뼈) 부위에 담 증세가 발생하면서 지난 8일 선수단에 앞서 오키나와 재활캠프를 찾았다.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박정진은 “담 증세가 조금은 남아 있는데 이제 거의 회복됐다”면서 “고치 캠프만큼은 아니겠지만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도 다 소화하고, 캐치볼 비거리도 늘려가는 단계다. 고치에 계신 감독님이 이곳 트레이닝코치님의 보고를 매일 받으시는데, 내 몸 상태만 되면 감독님께서 불러주시지 않겠나. 열심히 몸을 만들겠다. 할아버지는 스프링캠프 끝나자마자 산소로 찾아가 뵙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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