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가 강정호에 이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홈런 치는 유격수’라는 이점이 있었던 강정호와 달리 1루수 거포가 즐비한 빅리그에 박병호의 도전은 가능할까. 스포츠동아DB
아시아출신 전문 1루수는 최희섭이 유일
스타플레이어 1루수 변신 많아 경쟁 심해
이장석 대표 “ML도 거포 1루수는 귀하다”
강정호(28)의 피츠버그 계약은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로 메이저리그 첫 입성이라는 큰 의미를 갖는다. 강정호에 이어 올 시즌 후 빅리그 도전에 나서는 넥센 동료 박병호(29)도 매우 뜻 깊은 여정을 시작한다.
박병호의 꿈이 이뤄지면 강정호에 이은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의 두 번째 빅리그 입성이다. 또한 일본과 한국을 통틀어 아시아리그 1루 출신 첫 번째 메이저리그 선수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도 갖게 된다. 그러나 그만큼 메이저리그로 가는 길은 강정호보다 험난하다.
● ML 아시아 출신 전문 1루수는 최희섭 한 명 뿐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1루수는 지금까지 사실상 단 한 명뿐이다. 그 주인공은 KIA에서 뛰고 있는 최희섭(36)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서만 8명의 내야수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했지만 전문 1루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빅리그 1루수로 변신에 도전한 경우는 있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지난해까지 통산 400홈런 2000안타를 달성한 나카무라 노리히로는 2005년 빅리그 문을 두드려 LA 다저스에 입단했지만 원래 포지션이었던 3루에서 신뢰를 주지 못해 1루와 3루를 오가며 메이저리그에서 단 17경기만을 뛰고 돌아왔다.
1999년 대학 2학년 때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최희섭은 200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리그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지만 뇌진탕 등 큰 부상의 시련 속에서 2004년과 2005년 1루수로 뛰며 2시즌 연속 15홈런을 기록했다. 최희섭은 과거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 아쉬움이 많지만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1루수를 맡고 중심타선에 섰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에서 1루는 스타플레이어와 거포들이 격전지다.
내셔널리그의 경우 지명타자가 없기 때문에 선수생활 후반기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포지션에서 1루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최희섭도 LA 다저스에서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함께 3대 유격수로 꼽혔던 스타플레이어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1루수로 변신하면서 주전 경쟁에 뒤쳐진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혔던 미네소타 조 마우어는 지난해부터 1루 미트를 끼고 마스크와 작별했다. 부상에서 보호하고 타격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 ML 스카우트 “박병호, 외야·3루 경험 없냐?”
지난해 강정호를 지켜보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들 사이에서는 “박병호는 외야나 3루 수비 경험이 없냐?”는 말이 종종 오갔었다. 선수 출신 한국인 스카우트 몇 명은 그 부분을 실제 확인하기도 했다. 박병호는 외야수로 야구에 입문, 고교시절 포수를 맡은 적이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거포지만 발도 매우 빠른 편이다. 그러나 전문 1루수이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으로 태평양을 건너기 위해서는 올 시즌 타석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또 한번 입증해야 한다. 이장석 넥센 대표는 “1루수가 불리하다고 하지만 최근 미국은 스테로이드 시대가 끝나면서 거포 1루수가 귀해졌다. 박병호의 순수 파워나 홈런 비거리에 대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