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극복 이재영 ‘슈퍼루키의 성장통’

입력 2015-01-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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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흥국생명 이재영이 마침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대부분의 슈퍼루키가 겪는 성장통을 이겨낸 이재영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11일 KGC인삼공사와의 4라운드 경기에서 이재영이 한수지의 블로킹 위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흥국생명 이재영 부활 신호탄

화려한 데뷔로 주목…집중 견제 대상으로
득점 감소→자신감 상실…슬럼프 찾아와
박미희 감독 배려 속에 스스로 해법 찾아

지난 22일 GS칼텍스-흥국생명의 장충체육관 경기가 끝난 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3-2로 역전승해 5할 승률에 복귀한 터였다. 6연패 에 빠졌던 흥국생명은 2연승을 마크, 후반기에 플레이오프 도전이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경기결과 말고도 박 감독을 기쁘게 한 것은 이재영의 부활이었다. “어려운 터널은 거의 빠져나왔다. 본인이 잘 이겨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날 이재영은 21득점(공격성공률 54%)을 기록했다. 18일 현대건설전 10득점(공격성공률 42%)에 이어 2연속경기 두 자릿수 득점.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6경기에서 기록했던 경기평균 6.83득점(공격성공률 26%)과 비교하면 확실히 반등의 조짐이 보였다.

한창 좋았던 때 보여줬던 타법도 다시 나왔다. 활처럼 몸을 휘어서 때리는 강타가 간간이 보였다. 목적타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잘 버텨냈다. 박 감독은 이재영이 후위로 내려갈 때는 가끔 교체해 리시브 부담을 줄여줬다. 경기 초반 의욕이 앞서 서브가 코트 안으로 들어가지 않자 원포인트 서버로 교체해 스스로 생각할 기회도 줬다.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 5개의 블로킹으로 GS의 공격을 차단한 것이 좋았다. 자신의 시즌 최고기록이었다. 19세의 여고생 국가대표 출신은 화려한 데뷔에서 슬럼프 그리고 부활까지 그동안 많은 슈퍼루키가 겪었던 길을 따라가고 있다.


● 왜 잘나가는 신인은 성장통을 겪나

어떤 스포츠에서건 유망한 신인의 성장과정은 비슷하다. 화려한 데뷔로 팬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곧 슬럼프가 찾아온다. 프로의 매운 맛을 실감하는 시기다. 슬럼프가 시작되는 때와 기간은 선수와 종목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스타가 된 선수는 거의 없다. 이유가 있다. 스포츠는 근육의 기억이고 익숙함의 경기다.

아마추어 시절 토너먼트 대회에 익숙한 신인이 프로세계의 리그라는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합숙소에서 먹고 자고 훈련하고 경기장 이동과 자기보다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 가끔은 원정 숙소에서 지내는 것 모두가 신인들에게는 생소한 일이다. 몸이 일상생활로 받아들이기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달리 같은 팀과 여러 차례 오랜 기간 경기를 한다. 상대팀의 분석에 장단점이 모두 노출된 채로 경기를 해야 한다. 이재영의 경우 3라운드부터 상대 팀의 집중분석과 대응이 나왔다. 스파이크가 꽂히는 곳에 수비수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블로커들은 이재영의 높이와 타이밍을 맞춰 손을 뻗었다. 또 목적타 서브로 흔들었다. 외국인 선수마저 맨투맨으로 마크를 했다.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쉬웠던 득점이 차츰 어려워지면서 루키는 흔들린다. 먼저 자신감이 사라진다. 벤치의 인내심도 차츰 한계에 다다른다. 슬럼프에서 얼마나 빨리 탈출하느냐의 여부는 단점을 일찍 보완하고 자신감을 되찾느냐에 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배 동료들의 격려와 관심 그리고 선수 스스로의 각성이 중요하다.


● 이재영은 어떻게 위기를 넘겼나

부진했던 3라운드 때 이재영은 자신의 경기장면이 담긴 영상을 많이 봤다. 2,3라운드의 가장 큰 차이는 타법이었다. 세터 조송화와 타이밍이 맞지 않다보니 누워서 때리고 없는 각도에서 공격을 했다. 성공률이 떨어지면서 조송화의 공격 배분도 루크에게 집중됐다. 훈련 때 제 아무리 많이 공격해도 실전에서 공격감각을 유지할 만큼 토스가 오지 못하자 몸의 기억이 흔들렸다. 오랫동안 지녀왔던 감각조차 잃어버렸다.

고비에서 박미희 감독이 나섰다. 훈련 때 잘하지만 실전에서 죽을 쑤는 몇 번의 경기를 거친 뒤 감독은 다양한 시도를 했다. 힘을 빼고 때리게도 했고 세터 조송화에게는 “의도적으로라도 많이 올려라”고 지시했다. 주위의 도움과 격려 속에서 이재영은 스스로 해답을 찾았다. 22일 GS전에서 100%의 힘과 점프로 공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재영은 “이제 자신감을 찾았다”고 했다. “슬럼프 때 프로가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다. 부진한 경기 뒤 혼자 울었던 적도 많았다. 이것만 지나가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했다”고 V리그 전반기를 정리했다. 슈퍼루키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린 것은 결국 자신이었고 스스로 해내겠다는 의지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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