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 기자의 여기는 캘리포니아] 한국골퍼들의 ‘캘리포니아 드림’

입력 2015-02-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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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사진제공|KLPGA

■ 이보미·정재은·이상희 등 100여명
한·미·일 정복 꿈꾸며 지옥의 전훈

이보미, 손에 온통 상처 불구 매일 지옥훈련
이상희는 PGA 출전기회 프리퀼리파잉 통과
한화골프단은 매일 바닷가 10km 지옥 행군
‘골프 파라다이스’엔 태극전사 전훈열기 가득

‘골프의 파라다이스’로도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열기로 가득하다. 2015년 꿈을 향해 뛰고 있는 한국프로골퍼들 때문이다. 2015년 누구보다 화려한 비상을 벼르고 있는 그들의 겨울나기 현장을 찾아가봤다.


● 뜨거운 태양과 싸우는 정재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1인자를 넘보는 이보미(27·마스터스GC)와 2부투어의 쓴맛을 본 정재은(26·비씨카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루키 조세미(20)는 캘리포니아에서도 휴양지로 유명한 팜스프링스의 테라 라고 골프장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다. 2월이지만, 한낮 이곳의 기온은 섭씨 25도 안팎에 이른다. 그러나 뜨거운 태양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 골프장에서만 40여명의 한국골퍼들이 꿈을 향해 담금질을 거듭하고 있다.

성실함으로 유명한 이보미는 훈련량에서도 ‘지존’급이다. JLPGA 투어를 평정한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많이 훈련을 소화하며 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건조한 날씨까지 더해져 그녀의 손은 온통 상처투성이지만 훈련을 쉬는 법이 없다. 특히 후배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오면 명쾌한 설명과 함께 답을 제시해줘 휴식시간에도 쉴 틈이 없다.

지난해 큰 시련을 겪었던 정재은에게는 단 1분도 아깝다. 정재은은 지난해 프로가 된 이후 처음 2부투어로 떨어졌다. 사실 한번 밀려나면 다시 올라오기 힘든 곳이 KLPGA 투어다. 그러나 정재은은 멋지게 부활했다. 2015년 KLPGA 투어 카드를 다시 손에 넣었다. 이뿐만 아니라 JLPGA 투어 시드까지 획득했다. 그 덕분에 올해는 프로에 데뷔한 이후 가장 바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정재은은 묵묵히 훈련에만 집중했다. 그녀는 “어떤 목표도 말하지 않겠다. 오로지 실력과 성적으로 대신하겠다”며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조용히 클럽을 휘둘렀다.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가 엿보인다.


● PGA 출전권 향한 남자골퍼들의 도전

11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버몬트의 모롱고 골프장은 이른 아침부터 열기를 뿜어냈다. 19일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 트러스트 오픈의 출전 티켓을 잡으려는 각국 선수들이 모였다. 이날은 프리 퀄리파잉 토너먼트가 펼쳐졌다. 상위 6위 이내에 들어야 16일 실시되는 먼데이(월요예선)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먼데이를 통과하면 꿈에 그리던 PGA 투어 무대를 밟은 수 있다.

전훈 중인 한국선수들에게는 PGA 무대를 밟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첫 관문이지만 100여명이 출전한 이날 경기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 보유자 이상희(22·캘러웨이)가 2언더파 70타를 쳐 2위로 합격증을 받았다.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통과했다.

이상희는 한국을 거쳐 일본에서 뛰고 있다. 얼마 전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을 관전한 뒤 확실한 목표를 세우게 됐다. 그는 “TV로 PGA 투어를 봤을 때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타이거 우즈, 조던 스피스 같은 스타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빨리 PGA 투어에 진출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프리 퀄리파잉 토너먼트는 지역예선 같은 성격이다. 아직 한 번의 관문이 더 남았지만, 이상희의 목표는 벌써 PGA 투어를 겨냥하고 있다.


● 끝을 모르는 여자골퍼들의 열정

한화골프단은 캘리포니아 남쪽의 오션사이드에 전훈 캠프를 차렸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2채의 집을 빌려 10여명의 선수들이 합숙하고 있다. 같은 팀에 소속된 선수들이지만, 이곳에서도 경쟁을 피할 순 없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훈련 강도는 더 높아진다. 특히 스윙 훈련이 끝난 뒤 매일 바닷가에서 진행되는 10km 구보는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게 만드는 지옥의 코스다. 훈련에 큰 만족감을 보이고 있는 이다솜(26)은 “솔직히 혼자 훈련하면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다보니 아무리 힘든 훈련도 극복하게 된다. 단체훈련의 긍정적 효과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김다나(26·넵스)와 이정민(23·비씨카드)은 LA 인근 무어파크, 홍란(29·삼천리)과 허윤경(25·SBI)은 어바인에서 201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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