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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쓸모나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것을 일컬어 ‘계륵’이라고 한다. 2015 스프링트레이닝 캠프를 통해 LA 다저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알렉스 게레로(28·사진)의 거취다.
쿠바 출신인 게레로는 경이로운 활약을 펼친 야시엘 푸이그의 후광에 힘입어 4년간 2800만 달러의 조건으로 다저스에 입단했지만 지난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2루수 자리를 디 고든에게 빼앗겼고, 2013년을 통째로 쉰 백전노장 숀 피긴스에게도 밀려 시즌 개막 25인 로스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생활 또한 순탄하지 못했다. 팀 메이트 미겔 올리보에게 귀를 물리는 황당한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트리플A에서 13경기에 출전해 홈런 7개를 때리며 방망이 실력을 뽐냈지만 귀를 다친 후 두 달간 공백기를 가진 후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7월 21일 부상에서 복귀한 후 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6, 출루율 0.313, 5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친 것. 하지만 문제는 타력이 아니라 수비다. 쿠바에서 유격수로 활약했던 것과는 달리 다저스는 그에게 2루수로 전향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게레로는 53경기에서 2루수로 나선 것 외에 유격수로 5경기, 3루수로 3경기, 심지어는 좌익수로도 10경기에 출전했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시 말해 ‘유틸리티 맨’으로도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셈이다.
게다가 게레로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다저스 프런트의 골칫거리다. 만약 스프링캠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할 경우 게레로가 25인 로스터에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다저스는 중견수와 포수를 제외하고는 주전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중견수는 신예 작 피더슨과 노장 안드레 이디어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포수 마스크는 AJ 엘리스와 새로 영입한 야스마니 그란달이 번갈아 쓰게 된다.
보통 25인 로스터 중 12자리는 투수에게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야수는 13명으로 이뤄지는데 주전을 제외한 벤치 멤버는 5명뿐이다. 25인 로스터에 들 후보로는 포수 한 명과 내야수 저스틴 터너, 외야수 스콧 밴 슬라이크가 확정적이다. 나머지 두 자리는 내야수 다윈 바니와 외야수 크리스 헤이지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게레로가 25인 로스터에 들기 위해서는 중견수 경쟁에서 이디어가 피더슨을 물리치는 것이 유리하다. 피더슨이 주전 자리를 차지할 경우 이디어에게 벤치 자리가 돌아가게 된다. 반대로 이디어가 주전이 된다면 피더슨은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한 자리가 더 생기게 된다.
만약 게레로가 25인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방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보장된 잔여 연봉이 1400만 달러나 되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다저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시즌 다저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된 맷 캠프의 남은 연봉 1억700만 달러 중 3200만 달러를 책임지기로 했다. 마이애미 말린스로 보낸 댄 해런의 1000만 달러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방출한 셋업맨 브라이언 윌슨의 2015년 연봉 1000만 달러도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게레로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11경기에 출전해 13타수 1안타에 그쳤다. 푸이그에 이어 ‘쿠바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년 만에 계륵 신세로 전락한 게레로. 현재로서는 게레로의 ‘아메리칸 드림’이 신기루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