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전 롯데 감독 “팬들이 받아줄때까지 야구안에서 견뎌낼겁니다”

입력 2015-03-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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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지금 은둔 중이다. 자숙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는 평생 해온 야구에 여전히 깊은 시선을 머문 채 배움을 이어가고 답을 찾아가며 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양승호 전 롯데감독이 털어놓은 자숙의 의미

야구 떠난 현실자체가 형벌이지만
일본서 야구 공부하며 감내해야죠
리틀야구팀에 남몰래 재능기부
도움만 된다면 무엇이든 할겁니다
일본서 이대호와 만남…참 고마웠어요
감독 복귀요? 말도 안됩니다

잊혀진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양승호(55) 전 롯데 감독은 지금 은둔의 처신을 스스로 감내하고 있다. 늘 사람 사이에서 살아온 ‘미스터 친화력’ 양승호에게 정말 고독한 나날들일 것이다. 자숙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이 받아들일 때까지 양 감독은 ‘초야’에 묻혀 지낼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지내는 비관의 삶은 양 감독 성격에 맞지 않는다. “여태까지 해왔던 야구이니까…”라는 한마디 말 속에 야구밖에 없는 사람의 비감(悲感)이 읽힌다. 그는 한때 불미스러운 일로 영어의 몸이 됐었지만 지난해 8월 다시 세상 속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야구 속으로 들어왔다. 천상 야구인이었다. 양 감독의 심경을 2일 들어봤다.


●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야구공부

양 감독은 2월 초 일본 미야자키로 갔다. 소프트뱅크, 라쿠텐 등 일본 팀들 견학 차 간 것이다. 양 감독은 “집에서 계속 쉬기엔 따분했고, 국내 프로팀을 보러 가는 것은 우스운 거고…”라고 이유를 말했다. 귀국 날짜를 일부러 18일로 잡았다. 두산이 미야자키에 들어오는 날이었다. 당장은 한국야구계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는 양 감독의 의중이 담겨있다. 양 감독은 “(생각만 있으면 두산, 롯데와 만날 수 있었겠지만) 옛날 인연 있는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일찍 나왔다”고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 유일하게 만난 한국 팀이 kt였다. 라쿠텐을 따라다니다 때마침 평가전 상대가 kt라 얼굴을 본 것이다. kt 조범현 감독 등 코치진과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았다.

양 감독은 3월초 일본으로 다시 나간다. 일본의 시범경기를 보며 야구를 향한 갈증을 풀겠다는 생각이 배어있다. 양 감독은 “서울에 있으면 더 힘들다”고 말했다. 평생 야구인이 야구를 떠나 있어야 하는 현실 자체가 형벌일 것이다.

● 세상이 이해해줄 때를 기다리며

세상으로 돌아온 뒤 양 감독은 남몰래 재능기부를 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도에 갔다가 마침 리틀야구팀이 연습하는 것을 보고 한 수 가르쳐줬다. 앞으로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이르겠지만, 언젠가는 팬들이 용서하고, 이해해줄 것이고…. 여태까지 한 것이 야구이니까 공부는 하고 있다”고 지금을 견디는 원천을 고백했다.

● 결국 사람에서 답을 찾는다

은인자중하고 있어도 양 감독은 사람 속에서 답을 찾는 유형이다. 갇혀 지내지 않고, 운명을 개척하려는 생존력을 지니고 있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자기 세력을 만드는 양 감독의 친화력은 혈혈단신 부임했던 롯데에서 성적으로 증명됐다.

롯데 시절 제자였던 소프트뱅크 이대호는 양 감독이 힘들 때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할 존재다. “1월에 전화를 해서 (소프트뱅크 미야자키 캠프로) 넘어가겠다고 알렸다. (이)대호가 자기 스케줄도 바쁠 텐데 휴식일에 식사도 같이 하고, 프런트에 인사도 시켜주더라. 아이디카드까지 준비해줘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제주도에 갔을 땐 김응룡 한화 전 감독도 만났다.

양 감독은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 승률(137승118패11무 승률 0.537) 감독이었다. 현재 한국야구의 돌아가는 상황에 관해 양 감독은 말을 아꼈다. 감독 복귀 가능성에 대해 양 감독은 “말도 안 되고…”라고 웃었다. 그러나 꼭 1군 감독이 아니라도 야구인 양승호의 쓰임새는 있을 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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