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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떠올랐다. 올 시즌을 끝으로 40년간 팀을 지원하던 운영주체가 달라지는 LIG손해보험과 아직 다음 시즌 운명이 불확실한 우리카드가 15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NH농협 2014∼2015 V리그’ 마지막 경기를 위해 만났다.
● 범 LG가와 배구의 40년 인연
1976년 6월 24일 철도국 체신부 배구단을 인수한 금성통신이 실업배구시대의 문을 열었다. 창단 이후 3∼4년 사이 종합선수권과 실업연맹전 등에서 6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강만수, 김호철이 활약하던 황금시대였다. 금성사의 활약에 자극 받은 많은 기업이 속속 실업배구팀을 창단했다. 고려증권,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삼성화재 등이었다. 경쟁자가 등장하자 정상의 순간은 짧았다. 우승과 인연이 없는 팀이라는 이미지는 이때부터 심어졌다. 팀명은 금성사∼럭키금성∼럭키화재∼LG화재를 거쳐 2005년부터 LIG손해보험으로 바뀌었다.40년간 범 LG 계열의 보살핌 속에서 많은 명승부를 펼치고 스타를 배출했지만, 아쉽게도 V리그 출범 이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2년 스카우트 파동을 일으키며 데려온 팀의 상징 이경수에게 하나의 우승 반지도 주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이 LIG의 오늘을 보여준다. 올 시즌 12승23패로 6위가 확정됐다.
● 내일을 생각하는 팀 VS 내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팀
성적부진으로 시즌 도중 감독마저 교체된 뒤 난파선의 키를 잡은 우리카드 양진웅 감독대행은 “선수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15일 LIG전 이전까지 3승32패, 5연패의 최하위 팀이었지만 내일을 언급했다. “비록 우리의 시즌은 끝났지만 내일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훈련을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밝혔다.
팀 매각작업을 진행하는 우리카드는 3월 말까지 KOVO에 최종 입장을 알려야 한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선수들은 또 한번 위탁관리체제에서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공중분해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다음 시즌에 대비해 선수단 구성과 훈련, 외국인선수 선택 등 중요 사항을 결정할 수 없는 불확실의 연속이지만, 누구 한 사람이라도 키를 쥐고 운명의 거친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우리카드에 비하면 LIG는 나은 편이다. 모기업의 인수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새 주인 KB스타즈가 언제 나타날진 모르지만, 내일의 확신은 있다. LIG는 16일 납회식 후 휴가를 떠난다. 비록 LIG라는 이름은 사라지지만, 선수와 구단을 운영하는 시스템은 존속될 것이기에 희망은 있다. 강성형 감독대행은 “확정된 것은 없지만 이번 시즌 우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음 시즌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구상은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충분히 잘 쉬는 것도 다음 시즌을 위한 대비”라고 말했다.
● 마지막 경기 결과는?
열성적인 5524명의 구미 팬들은 올 시즌 최다입장을 기록하며 역사적인 경기를 지켜봤다. 1·2세트를 두 팀이 나눠가졌다. 3세트 김시훈이 부상으로 물러나는 사고도 있었지만, 우리카드가 25-16으로 이겼다. LIG는 4세트에 25-20으로 반격했다. 마치 짜고 한 것처럼 마지막 경기에 운명의 5세트. 듀스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웃은 팀은 LIG였다. LIG가 16-15로 앞선 상황에서 우리카드 최홍석의 공격범실이 나왔다.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우리카드 한새 모두 안녕.
구미|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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