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PO팀 ‘맥 빠진 경기’ 어이할꼬…

입력 2015-03-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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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대비 전략적 선수 기용에 맥 빠진 경기 속출
‘진출 확정때의 멤버 출전’ 등 솔로몬 지혜 필요
LIG, 인수 지연에 이미 만든 사인공 처리 골치

지난해 10월 18일 삼성화재-현대캐피탈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들어갔던 V리그 11번째 시즌 정규리그가 막을 내렸다. 16일 삼성화재-한국전력전을 끝으로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126경기, 여자부 90경기를 소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20일부터 벌어지는 남녀부 플레이오프(PO)와 챔피언 결정전이다. 유난히 풀세트 접전이 많았고, 라운드 평균시청률도 1%를 넘기는 등 V리그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 코트에서 투혼을 불사른 선수들과 매일 승패의 부담을 짊어지고 산 코칭스태프, 내 가족처럼 선수들을 지원한 각 구단 프런트, 올바른 리그 진행을 위해 노력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협업이 만든 결과다.


● 맥 빠진 잔여경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남자부에선 3일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됐다. PO 탈락팀이 조기에 결정된 가운데 2·3위는 7일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맞대결에서 결판났다. 같은 날 도로공사의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도 확정됐다. 2·3위는 14일에야 정해졌지만, PO 진출팀은 그 전에 가려지는 바람에 이후 V리그는 사실상 잔여경기였다.

16일까지 벌어진 경기 가운데 몇몇은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하고도 남을 열전이었지만, 몇몇은 눈에 띄게 열기가 떨어졌다. 특히 ‘봄배구’ 진출을 확정한 팀들이 문제였다. 전략적인 선수기용을 하다보니 맥 빠진 경기가 속출했다. 야구처럼 한 시즌에 치르는 홈경기가 많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프로배구는 남자 18경기, 여자 15경기가 각 구단 홈경기의 전부다. 야구의 72경기와 비교했을 때, 맥이 빠진 잔여경기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봄배구에 나서는 팀들에게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잔여경기에서 팬들을 만족시키고 팀도 납득할 만한 올바른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어느 배구인은 1∼3위 순위가 최종 확정되는 경기에 출전했던 스타팅 멤버를 잔여경기의 첫 세트에는 반드시 기용하도록 만들자는 아이디어어도 내놓았다. 물론 현장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모든 상황을 규정이라는 틀에 묶어두는 것도, 지금처럼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문제다. ‘솔로몬의 지혜’를 구해야 할 때다.


● LIG손해보험-우리카드의 최종전 뒷얘기

15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선 LIG와 우리카드의 시즌 최종전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시즌 후 주인이 바뀌거나 없어지는 팀간의 대결이었다. 6위와 7위의 대결이었지만, 두 팀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배구팬에게 유니폼 앞에 새겨진 이름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듯 선수들은 풀세트까지 승리를 위해 헌신했다.

당초 시즌 도중 팀의 주인이 바뀐다고 했던 LIG는 여러 사정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이 때문에 난처한 일이 생겼다. 사인공 때문이었다. 구단은 이미 새로운 팀의 디자인 시안을 확정했다. 유니폼 등은 결정만 나면 며칠 내 입힐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홈 경기장 장식도 2∼3일이면 변경이 가능했다. 그러나 사인공은 달랐다.

2∼3개월 전에 물량을 발주한 뒤 중국에서 제조해 배로 공수해오는 과정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몇 개월 전에 새 팀의 로고가 들어간 사인공을 만들었는데, 사정이 바뀌면서 쓰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만 해뒀다. 더 답답한 상황은 시즌 도중 감독이 교체되면서 그 공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LIG는 이 공을 다가올 KOVO컵 때 쓸 것인지, 아니면 전량 폐기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구단은 가끔 이런 난처한 상황을 경험한다. 특히 포스트시즌이 되면 남몰래 준비해둔 옷과 모자, 꽃을 버리는 팀이 나온다. 현대캐피탈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챔프전에 나갔을 때 우승용으로 미리 모자와 옷을 만들어뒀다. 승리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숨겨뒀는데, 결국 쓰지 못했다. 물량이 많고 한두 번이 아니어서 처리를 고민하다 몽골에 보내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보이지 않도록 했다”고 기억했다. 2번이나 챔프전에 진출했다가 눈물을 흘렸던 도로공사도 그런 경험을 지니고 있다. “남몰래 버린 축하용 꽃다발이 몇 개인지 셀 수도 없다”고 했다. 과연 이번에는 몰래 준비해둔 그 물건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될 것인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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