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스포츠동아DB
과연 프로야구 역대 최고 스타는 누구일까. 프로야구 올스타는 매년 팬투표를 통해 선정하지만, 팬들이 보는 눈과 야구인들이 보는 눈은 다를 수 있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야구인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33년간 프로야구무대를 누빈 포지션별 최고 스타를 뽑는 ‘레전드 올스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00인 투표 결과를 분석해본다.
2위 이만수와 50표차…최다 득표차 1위
이종범·김재박, 연령대별로 1위 엇갈려
장효조·양준혁 ‘부동의 외야수 1·2위’
박재홍, 이순철 5표차로 밀어내고 3위
● 누가 설문에 참여했나?
설문조사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100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했다. 우선 현역 최고령 사령탑인 한화 김성근(73) 감독을 비롯해 10명의 사령탑이 모두 설문에 응했다. 각 구단 코치 2명과 선수 3명 등 구단별로 6명씩, 총 60명이 참가했다. 김인식 규칙위원장, 이광환 육성위원장, 홍순일 야구박물관자료수집위원장, 유남호 경기운영위원장, 도상훈 심판위원장, 김제원 기록위원장을 포함해 KBO 각 위원회의 베테랑 위원 25명도 함께 했다. 또 하일성, 허구연 등의 베테랑 해설위원뿐 아니라 송진우, 이종범, 정민철, 조성환 등 현장감이 살아있는 초보 해설위원까지 총 15명의 해설가도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소신껏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 내용에 대해선 익명을 보장했다.
● 최다 득표차는 포수, 최대 격전지는 외야수
최다득표자는 외야수 부문의 고 장효조로 83표를 받았다. 외야수 부문은 3명에게 투표할 수 있어 1명에게 투표가 가능한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득표 가능성이 높은 편이지만, 야구인들은 대부분 장효조에게 가장 먼저 한 표를 행사한 뒤 남은 2자리를 고민했다. 최다 득표차가 난 포지션은 포수. 박경완이 68표를 얻어 이만수(18표)를 50표차로 따돌렸다. 최소 득표차로 운명이 갈린 부문은 외야수 부문의 3∼4위 자리로 5표차에 불과했다. 2012시즌 후 은퇴해 새롭게 레전드 후보에 오른 박재홍(44표)이 이순철(39표)을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 2011년 KBO 30주년 레전드 올스타와 비교
2011년 6월 KBO는 프로야구 30주년을 기념해 ‘프로야구 레전드 올스타 베스트10’을 선정한 바 있다. 당시에는 야구인, 언론인, 팬들이 투표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야구인 100인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다르다. 또 투수도 우완과 좌완으로 구분해 ‘베스트 11’을 선정했다. 4년이라는 시간은 프로야구 전체 역사로 보면 짧지만, 그 사이에 이종범 박경완 김동주 등 레전드급 스타들도 대거 은퇴해 후보군이 더 풍부해졌다.
2011년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우선 신설된 좌완투수(송진우)는 제외하더라도 총 3개 포지션(포수·유격수·외야수)에서 새로운 얼굴이 이름을 올렸다. 포수는 이만수가 박경완으로, 유격수는 김재박이 이종범으로 바뀌었다. 외야수 3위는 이순철이 박재홍으로 교체됐다. 반면 투수(우완) 선동열, 1루수 장종훈, 2루수 박정태, 3루수 한대화, 외야수 장효조와 양준혁, 지명타자 김기태 등 총 7명은 4년 전 그대로였다.
● 흥미로운 100인 투표 세부 분석 결과
투표 결과를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투표 집단과 연령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부문도 있었다. 유격수 부문을 보면 현역 프로야구 감독·코치·선수 집단(60명)에선 1위 이종범이 37표로 2위 김재박(12표)을 크게 앞선 반면, 야구원로와 프로야구 초창기 역사부터 꿰뚫고 있는 KBO 위원 집단(25명)에선 김재박(13표)이 이종범(11표)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이종범은 KBO리그에서 유격수로 5시즌, 외야수로 11시즌 활약해 포지션을 놓고 논란도 일었으나, 가장 강렬하게 빛났던 시절인 유격수 부문 후보에 올라 ‘전설의 유격수’ 김재박을 눌렀다.
외야수 부문은 3·4위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현역 감독·코치·선수 집단에선 3위 박재홍(33표)-4위 이순철(19표)로 나타났는데, KBO 위원들은 3위 이정훈(14표)-4위 이순철(13표)-5위 박재홍(5표)의 순이었다. 해설위원 집단에선 3위 이순철(7표)-4위 박재홍(6표)으로 집계됐다. 지명타자를 보면 감독·코치·선수들은 1위 김기태(30표)-2위 백인천(10표)-3위 김재현(9표)의 순이었지만, KBO 위원 집단에선 1위 백인천(9표)-2위 김기태(5표)-3위 김봉연(5표)의 순으로 엇갈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