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세웅. 스포츠동아DB
우투수로는 드물게 ‘체인지업’으로 타자 요리
직구와 똑같은 폼…윤성환·김광현과도 배짱투
KBO 1군 무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음에도 이렇게 주목받는 투수가 있었을까. kt 박세웅(20)은 야구인들 사이에서 더 인정받는 투수다. 이제 와서 보니 삼성 류중일 감독이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탐나는 투수”라 말한 것은 공치사가 아니었다. 스카이스포츠 이효봉 해설위원도 “어느 팀을 만나도 최소 타순이 한 바퀴 돌기까지는 쉽게 공략할 구위가 아니다”고 극찬했다. ‘kt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는 박세웅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 ‘우완 류현진’ 떠올리는 톱클래스 체인지업
박세웅의 가장 큰 상품성은 체인지업을 던지는 우완투수라는 데 있다. 이효봉 위원은 “우완투수 중에서 윤석민(KIA), 손민한(NC) 등이 체인지업을 던지지만 보여주기 수준이다. 박세웅을 보면 이렇게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투수가 또 있었나 싶다. 그냥 잘 던지는 차원이 아니라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나온다”고 평가했다. 체인지업 하면 구대성, 류현진(LA 다저스) 등을 떠올리듯 KBO 무대에선 좌완투수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우완투수는 체인지업보다 슬라이더와 커브에 치중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박세웅은 직구 다음으로 체인지업의 비율이 높다.
박세웅은 1일 수원 삼성전과 7일 문학 SK전에 2차례 선발등판해 10이닝 동안 47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여기서 직구를 97개, 체인지업을 56개, 슬라이더를 38개 던졌다. 커브는 3개만 던졌다. 체인지업 56구 중 29개만 스트라이크였다.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구종으로 기능한다는 의미다. 최고 시속 145km의 직구에 비해 체인지업은 약 20km(최저 126km)까지 완급조절이 가능하다.
● 컨트롤과 배짱도 대물 잠재력
8일 SK전에 앞서 박세웅은 “고교(경북고) 때부터 던졌는데 제대로 배운 것은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던 지난해부터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공격적으로 던져야 된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3∼5일 수원 KIA전 때는 윤석민을 찾아가 슬라이더 던지는 법을 배울 정도로 적극적이다. SK 김무관 타격코치도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맞춰서 공을 던질 줄 아는 제구력이 있다. 공이 낮은 코스에서 움직여서 치기 힘들다”고 칭찬했다. 수비 도움을 못 받아 2경기에서 방어율 6.30, 2패만 당하고 있지만 윤성환(삼성), 김광현(SK)과 선발 맞대결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kt 내에선 “이닝마다 기복이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kt 조범현 감독도 “아직 배울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