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조용형 “카타르서 보낸 4년…태극마크 잃었지만 포기 안한다”

입력 2015-04-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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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조용형은 태극마크를 향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스자좡(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조용형은 태극마크를 향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스자좡(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중국서 만난 스자좡 용창FC 조용형

수비수 인생, 남아공월드컵이 황금기
‘대표팀은 축구를 하는 한 꿈꿔야 한다’
이동국 선배의 말 되새기며 복귀 꿈꿔
아들에게 멋진 수비수 아빠 보여줄 것

잠시 잊혀진 이가 있다. 조용형(32)이다. 출중한 중앙수비수로 명성을 떨친 그는 올해 초 중국 슈퍼리그 스자좡 용창FC에 입단했다. ‘특급 스타’는 아니었어도 제법 화려한 시기가 있었다. 2010남아공월드컵과 2011카타르아시안컵 등 메이저 무대를 밟았을 때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멀어졌다. 알 라이안에서 알 샤말(6개월 임대)까지 2010년 7월 시작된 카타르에서 보낸 4년 반의 시간으로 잃은 것도 많았다. 대표팀이 그랬다. 2012년 5월 스페인 원정 평가전을 끝으로 호출이 없었다. 조용형이 카타르에서 뛸 때, 알 사일리아를 이끈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관심을 가진 인연은 있지만 함께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꿈을 버리지 않았다. 중국 현지에서 만난 조용형은 역경을 딛고 최고 공격수로 활약 중인 국가대표 선배 이동국(36·전북현대)의 말을 꺼냈다. “선배의 ‘대표팀은 축구를 하는 한 계속 꿈꿔야 한다’는 말은 당연하다. 마지막 대표팀 소집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기회는 꼭 온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 잃었지만 또 얻은 소중한 기억


-카타르에서 어떤 걸 얻었나.

“첫 해외 진출이었다. 할 일이 없어 외롭기도, 지루함도 있었다. 덕택에 축구에 전념했다. 수준은 한국보다 뒤지지만 좋은 기량의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한 건 많은 도움이 됐다.”


-용병 입장이 쉽진 않았을 텐데.

“예전에는 용병들이 먼저 다가오길 바랐다. 그런데 내가 용병이 되고나니 그들을 이해하게 되더라. 아파도 참아야 했고, 성과 부담도 컸다. 처음 카타르에 갔을 땐 한국선수의 진출이 많지 않았다. 한국축구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부터 K리그는 수비수 기근이 심해졌다.

“카타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수비수를 많이 찾는 분위기였다. 2010년을 기점으로 최대한 많은 혜택을 누릴 기회였다. 어쨌든 내 선택이고, 후회하지 않는다.”


● 중국으로 향하다!


-중국행은 갑작스러웠는데.

“알 샤말은 시스템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전환이 필요했다. 국내 복귀를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또 다른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


-중국 슈퍼리그에만 10명의 한국 선수가 있다.

“투자가 많다보니 좋은 선수가 계속 유입된다. 시너지가 크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K리그가 중국을 쉽게 이기지 못하고 있다.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스자좡의 경쟁력은?

“구단의 열정이 대단하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주(리챵·부동산 재벌)가 한 말이 기억난다. ‘우린 잃어버릴 게 없는 사실상 신생팀이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부담이 사라졌고 지금까진 꽤 선전(2승2무2패)하고 있다.”


● 스스로가 본 나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나.

“행복한 선수. 태극마크도 달았고, 월드컵도 출전했다. 프로 생활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다. 프로는 아무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많은 걸 누린 난 복 받은 선수다.”


-자신은 어디까지 와 있나.

“화려함은 없어도 꾸준했다. 아마추어 때부터 한 포지션(중앙수비수)만 봤다. 그리스와 남아공월드컵 첫 경기가 내 인생을 바꿨다. ‘할 수 있을까’라는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대표팀 생각은 접었나.

“‘축구를 하는 한 대표팀 은퇴는 없다’는 이동국 선배의 말은 당연하다. 어릴 적, 목표는 딱 하나였다. 태극마크였다. 아직 할 만한 나이다. 특히 3살배기 아들에게 아빠가 누구였는지 보여주고 싶다. 동기부여도 찾아야 하고.”


-대표팀 복귀가 동기부여가 될까.

“계속 대표팀에 선발되고, A매치에 나서며 나태해졌다. 간절함도 잃었다. 특히 월드컵 16강을 이루자 만사가 허무했고 붕 뜬 기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 걸음 떨어지면서 대표팀의 절실함이 뭔지 알게 됐다. 그 때 몰랐던 걸 요즘 느낀다. 좀 더 철이 들었다.”

스자좡(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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