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최상호의 아름다운 도전 “나는 아직 골프선수다”

입력 2015-05-14 1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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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PGA

60세 4개월10일. 한국 남자골프 최다승 기록 보유자 최상호(60)의 나이다. 그가 아름다운 도전을 시작했다.

최상호는 14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겸 원아시아투어인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3개씩 주고받으면서 이븐파 72타를 쳤다. 2라운드까지 공동 65위 이내에 들면 2007년 최윤수(58세11개월)가 기록한 KPGA 투어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최상호는 남자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농사를 짓는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뉴코리아 골프장(경기 고양시)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게 골프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정식으로 골프를 배우지 못했기에 프로가 되는 길도 쉽지 않았다. 6번이나 쓴맛을 본 뒤 7번째 도전에서 프로자격을 획득했다. 프로가 된 이후 누구보다 화려한 골프인생을 살았다. 1978년 여주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0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43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KPGA 투어 역대 최고령 우승도 그의 몫이었다. 2005년 50세4개월의 나이로 우승했다.

그는 엄청난 연습벌레로도 유명하다. 그의 팔은 유난히 길다. 신장보다 팔의 길이가 더 길다. 이유는 엄청난 연습 때문이다. 젊은 시절 그는 하루 1300개가 넘는 연습볼을 때렸다. 이런 모습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고 있으며 겨울이면 해외로 떠나 전지훈련을 하고 돌아온다.

30년 넘게 프로골퍼의 길을 걸어 온 그는 2008년부터 정규투어 활동을 줄이고 시니어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13일 끝난 챔피언스투어에서 그랜드시니어부문(만 60세 이상)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정규투어를 떠난 건 후배들을 위한 양보였다. 나이가 많은 자신이 출전함으로써 젊은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자리를 뺏는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최상호가 3년 만에 매경오픈 무대를 밟았다. 1982년 처음 열린 1회 대회부터 출전해온 그는 이번이 32번째(2013~2014년 불참) 도전이다. 환갑의 나이에 다시 돌아온 그의 꿈은 우승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다.

최상호는 이날 황인춘, 석종률과 함께 경기를 펼쳤다. 후배들에 비해 20~30m씩 거리도 덜 나갔고 체력적인 부담도 컸다. 그러나 최상호에겐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노련함이라는 더 큰 무기가 있었다. 최상호는 “17번과 18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아쉽지만 목표였던 이븐파로 끝내 괜찮았다”라면서 “나이가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골프선수다. 나이를 떠나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목표는 컷 통과지만 3라운드에 진출하면 조금 더 욕심을 내보겠다”며 후배들과의 경쟁을 즐겼다.

지난 4월 열린 마스터스에서 PGA투어의 베테랑골퍼 벤 크렌쇼(미국·64)가 수만 명의 갤러리와 후배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필드를 떠났다. 최상호는 “나도 저렇게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러워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골프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화려한 은퇴식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힘닿는 데까지 선수생활을 하다가 실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조용히 떠나겠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최상호에겐 아직 은퇴계획이 없다. 정규투어는 아니지만 당분간 시니어투어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경기에선 아마추어 돌풍이 거셌다. 국가대표 김영웅(17)은 5언더파 67타를 쳐 단독선두로 1라운드를 마쳤다. 제이슨 노리스(뉴질랜드)와 김기환(24)은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2위, 디펜딩 챔피언 박준원(29·코웰)은 공동 4위(3언더파 69타)로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향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성남|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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