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포츠동아DB
SK 김용희 감독은 17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투수도 타석에 서봐야 안다”며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SK 타자들의 몸에 맞는 볼 후유증으로 베스트 라인업을 짜기가 힘든 현실에 대한 불편함을 나타낸 것이다.
17일 경기 직전, 포수로 나가기로 했던 SK 이재원(사진)이 타격훈련 도중 트레이닝코치를 통해 ‘선발로 나가기 어렵다’는 뜻을 김 감독에게 전했다. 보고를 받은 김 감독은 부랴부랴 제3의 포수인 김민식으로 선발 라인업을 바꿨다. 이재원은 16일 LG전에서 무려 3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그 전날인 15일 LG전에서도 몸에 맞는 볼 1개가 있었다. 이틀 새 무려 4개나 얻은 사구가 출전에 지장을 줬다.
이재원은 올 시즌 6사구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이재원보다 더 많은 사구를 기록한 타자가 SK 포수 정상호다. 8개의 사구로 올 시즌 KBO리그 전체 1위다. 이밖에 원래 사구가 많은 SK 3루수 최정이 2개를 기록 중이다. 2007년부터 최정은 149개의 몸에 맞는 볼을 얻었는데, 이 기간 KBO리그 전체 1위다. 17일 경기 전까지 SK의 팀 사구는 30개였는데, SK 투수들이 다른 팀 타자를 맞힌 숫자는 딱 절반(15개)이었다.
그럼에도 SK는 김 감독 취임 이후 아직까지 보복 위협구를 던져 벤치 클리어링을 빚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고의성을 띤 몸에 맞는 볼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 SK ‘시스템 야구’의 숨은 위협은 몸에 맞는 볼이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