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증명한 전도연, 막 출발점에 선 김남길

입력 2015-05-18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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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과 오승욱 감독, 전도연(왼쪽부터)이 16일(한국시간) ‘무뢰한’ 상영에 앞서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GV 아트하우스

■ 칸 초청작 ‘무뢰한’의 전도연·김남길

전도연 “칸의 여왕 수식어 뛰어넘어야”
“‘밀양’이 내 최고의 연기라 생각 안해”
김남길 “항상 시작하는 마음으로 최선”


전도연(42)은 당당하고 여유로웠다. 그 옆에 선 김남길(35)은 긴장한 눈빛이었지만 장난기는 감추지 않았다. 칸 국제영화제를 즐기는, 그 설렘을 표하는 방식은 그렇게 달랐다.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영화 ‘무뢰한’(제작 사나이픽쳐스)의 전도연과 김남길을 16일 밤 9시30분(한국시간) 현지에서 만났다. 이들은 3박5일의 일정 속에 공식 상영부터 해외 매체 인터뷰까지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편하게 올 줄 알았다. 네 번째지만 가장 떨린다. 작년 심사위원을 하면서 초청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다.”(전도연) “공식 상영 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내 부족한 면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김남길)


● ‘무뢰한’, 전도연으로 가속 붙은 영화

현지에서 ‘무뢰한’에 쏠리는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전도연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영화가 공개되고 나온 평가 대다수는 전도연에 관한 것이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전도연은 복잡 미묘하고 다양한 뉘앙스를 가진 연기로 그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의 빛을 바라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2007년 ‘밀양’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이미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전도연이다. 벌써 8년째 같은 닉네임으로 불린다.

“뛰어넘고 싶었다. 다른 영화로 그 위에 서고 싶지만 이젠 그저 자연스럽다. 사실 칸에 오면 내가 누구이고, 어떤 배우인지 수없이 의문을 갖고 질문한다. 증명해 보여야 한다.”

전도연은 “지금은 ‘칸의 여왕’이 내게 가능성을 열어준 수식어로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떨쳐 내려 하기보다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의문 역시 그를 멈추지 않게 하는 힘처럼 보였다. “‘밀양’이 내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였다.

‘무뢰한’은 전도연의 끊임없는 내달림 덕분에 가속이 붙은 영화다. 연출자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에 의지한 바 크다”고 했다. 김남길까지 거들었다. “남자선배들이 도연 누나와 연기하면 자신의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인다고 했던 말을 이제야 이해한다”고 했다. 전도연은 “다들 왜 이러느냐”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라며 소리 내 웃었다.


● 김남길 “늘 출발점에 선 기분”

김남길에게 ‘무뢰한’과 전도연은 거부하기 어려운 기회였다. 주위에서는 ‘전도연에게 밀리지 않게 연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아니었다.

“매번 같다. ‘또 시작한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다. 늘 출발점에 선 기분이다. 지금 상황에 충실하면 된다고 믿는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그게 당연하다.”

이에 전도연은 “여주인공이 자기 세계를 벗어나려 변모하는 모습은 전적으로 김남길 덕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사실 이들은 이전까지 마주친 적 없는 사이였다. 때문에 전도연은 “빼어나게 잘 생긴, 진짜 남자의 모습”으로 김남길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젠 달라졌다. “공을 차며 뛰어놀고 싶어하는 아이 같은 남자”라며 “내면에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했다. 이에 김남길은 “마성의 여자”라는 말로 화답했다.

‘무뢰한’이 칸에 초청되면서 전도연은 다시 세계 영화계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앞서 여러 번 받았던 해외영화 참여 제안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작년 칸에서 만난 이들이 ‘이상하다’면서 ‘왜 영어를 안 배우느냐’고 묻더라. 하하! 내가 마치 게으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영어 열심히 배울 테니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돌아와 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너무 바쁘다. 관뒀다.(웃음) 해외 진출에는 언어 문제가 가장 크다. 감정 전달이 얼마나 될지, 그걸 극복할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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