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승준, 유체이탈 화법 쓰려고 13년 만에 돌아왔나

13년 만에 인터넷을 통해 만난 유승준은 여전히 준수했다. 그는 90도 인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고국의 시청자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지만 그의 언어는 깃털처럼 가볍기만 했다.

19일 밤 10시 30분(국내시간) 홍콩 현지에서는 13년 전 병역 기피 의혹으로 입국 금지를 당해 중화권에서 활동 중인 유승준의 인터뷰가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다.

이날 인터뷰는 그가 미국 영주권자임에도 병역 기피 의혹을 받게 된 사연, 미국 시민권 취득 과정 등의 경위에 집중됐다. 초점은 당연히 그가 정말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인지에 쏠렸다.

유승준은 이날 군 입대를 현역 활동 당시 방송, 신문 등을 통해 이야기를 한 경위에 대해 "한번은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기자가 나와서 '너 이제 군입대 해야지'하고 묻더라. 그리고 '해병대 같은 곳에 가는 것이 어떻느냐'는 말에 '괜찮죠'라고 말을 했을 뿐인데 다음날 신문 1면에 유승준 자진입대라고 기사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각종 프로그램에서 군대 관련 질문이 나오자 어쩔 수 없이 긍정적인 답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신체검사까지 받고도 일본 공연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에 대해 그는 "뮤직 비디오를 촬영할 때 허리로 떨어져서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수술까지 하라고 했지만 겁이 많아서 하지 않았었다"면서 "그런데 그 판정을 받고 난 후 병역 기피 의혹이 일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유승준은 시민권 취득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영주권자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시민권 신청을 한 것이다. 한번은 시민권 취득을 거절했지만 타이밍도 절묘하게 그 때 다시 시민권 인터뷰 기회가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모님을 모셔야 했던 상황과 당시 소속된 회사에서 본인이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점, 앨범 발매 계약을 했던 외부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이 부분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병역의 의무를 하지 않게 된 합당인 이유는 아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유승준은 13년 전 자신이 '아름다운 청년'이 아닌 '어리숙한 청년'이었음을 드러냈다. 그는 사건 이후 왜 초기 진화에 실패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당시에 마음을 바꾸라고 한 사람이 지금의 아내인 여자친구 뿐이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 때 내가 피해자인 줄 알았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했다.

무려 10시 30분부터 약 90분 남짓했던 이 인터뷰를 압축하면 한 청년이 기자의 유도 심문에 넘어가 군에 얼떨결에 자원입대하고 사고로 인해 디스크 판정을 받았을 뿐인데 병역기피 의혹을 받게 됐으며 아버지의 설득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이야기가 된다. 그는 정작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있지만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진 부분이 한 군데도 없는 것이다.

이미 13년이 흘렀건만 그의 심경 고백에는 여전히 타인이 개입되어 있다. 비록 미덥지는 못해도 한국 땅을 다시 밟겠다는 그의 의지는 굳건해 보인다. 13년 만에 최고의 이슈 몰이를 한 그는 콘크리트 같은 여론을 바꿀 수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유승준 인터뷰 생중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