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여기는 칸] 고아성 “칸에 온 것도 의상도…파격이 주는 쾌감이 좋다”

입력 2015-05-21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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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의 파격의상.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 눈길 끄는 고아성의 파격행보

영화 ‘오피스’,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
바쁜 일정 불구 시스루바지까지 선봬
“6년 전엔 영화제 참석 소중함 몰랐다”

도저히 오기 어려웠던 일정이었다. 레드카펫 의상을 고르거나 입어볼 틈도 없었다. 빠듯하게 진행되는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풍문) 촬영 탓이다. 배우 고아성(23)은 프랑스 칸에 도착한 19일 새벽(한국시간)에야 현지에서 공수 받은 샤넬 의상 몇 벌을 입어봤다. 여배우로는 흔하지 않은, 어쩌면 다시 도전하기도 어려운 파격적인 ‘바지’를 입고 시선을 받은 배경이다.

고아성이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제작 영화사 꽃)로 제68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이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2009년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여행자’가 잇따라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덕분에 현지 분위기는 이미 경험했다.

“6년 전엔 너무 어렸다. 서울로 돌아가서야 영화제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은 큰 영화, ‘여행자’는 작가주의 영화였다. 이후 영화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고아성은 지난해 가을부터 겨울까지 부산에서 ‘오피스’를 촬영했다. 영화는 한 회사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연쇄살인을 그리고 있다. 먹이사슬처럼 치밀한 사내 인간관계를 비추는 영화에서 그는 ‘말단’ 인턴사원 이미례를 연기한다.

“‘오피스’도, 그리고 드라마 ‘풍문’도 주위에서 출연을 말렸다. 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 내가 해내는 파격적인 모습에 설렌다. 주위의 걱정을 한 번에 깨는 쾌감도 좋다. 이러다 앞으로 파격적인 선택만 할 수도 있다.(웃음)”

고아성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은 13살에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역으로 연기하며 ‘너는 안 된다’는 식의 편견과 시선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사실 아역은 성장하는 순리가 있지 않나. 성인 역할을 처음 맡고, 키스신을 하고 좀 더 나이 들어 농염한 연기까지. ‘오피스’의 이미례나 ‘풍문’의 서봄은 그런 과정을 모두 배반하는 인물이다. 특히 서봄은 멜로를 보이기도 전에 아이부터 낳는다. 그래서 재미있다.”

세 번이나 칸을 찾았다는 사실은, 고아성의 선택이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앞선 성과는 봉준호 감독 등에 의지한 바 크다. 하지만 ‘오피스’는 다르다. 신인감독의 작업이고 이야기의 중심은 고아성이다. 20대 초반 여배우로 해외 영화계로부터 이렇게 주목받는 이는 고아성이 유일하다.

“어떤 사람들과 작업하든 내 역할을 해내는 게 목표다. 칸에 오기 전 봉준호 감독님께 축하 인사를 받았다. 지금 다시 보는 ‘설국열차’의 의미는 다르다.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쌓이고 또 쌓이는 것 같다.”

장벽을 두지 않는 활동 덕분에 고아성의 인맥은 광범위하다. 칸을 찾은 한국 배우들이 대부분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휴식이나 각자 스태프와 파티를 즐기지만 고아성은 외국 친구들을 만났다. 칸 필름마켓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신인감독들까지 친구의 범위는 넓다.

고아성은 영화 ‘오빠생각’ 촬영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홍상수 감독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촬영도 마쳤다. “모든 게 새로운 경험과 시도”라고 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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