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맞닿은 옥황정…황제의 길을 오르다

입력 2015-05-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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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산 등반의 하이라이트 ‘십팔반’ 구간. 수직에 가까운 1600여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남천문에 도달한다. 중국 황제 72명이 이 길을 통해 태산에 올라 천제를 지냈다. 태산(중국)|연제호 기자

■ 중국 산동성 태산에 오르다

해발 1545m…황제들이 천제 지내던 곳
1600계단 ‘십팔반’ 태산 최고 절경 자랑
트래킹코스 ‘한국길’ 등반…또다른 재미


태산(泰山). 중국 산동성 태안에 우뚝 선 중국 오악(五嶽) 중의 으뜸. 1545m ‘그저 그런’ 높이의 산. 경관도 황산, 장가계 등 보다 한 수 아래다. 그러나 ‘태산’엔 그 높이의 몇 배에 달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푸른 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버금간다. 중국인에겐 가장 신성한 산이다. 역대 중국 황제들은 태산에 올라 하늘의 신에게 제를 올리며 ‘신고식’을 했고 하늘의 ‘윤허’를 받았다. 태산엔 무엇이 있기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토록 큰 아우라를 가질까.


● 1600계단 십팔반에 울고…하늘길에 넋 잃고…

태산 오르는 길은 다양하다. 산 중턱 중천문까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중천문부터 산마루 남천문까지는 케이블카와 중천문∼홍문∼남천문 1600여개의 계단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우리는 케이블카로 하늘에 오르고, 계단을 밟으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곧이어 남천문이 기다린다. 남천문서 태산 최고봉인 옥황정까지 이르는 산마루는 약 1km. 천상으로 통하는 길이다. 천가(하늘길)라 불린다. 천가에서 손을 뻗히면 하늘이 닿을 듯하다. 멀리 구름을 품은 산들이 서로 포옹하며 끝없이 펼쳐진다. 천상의 세계가 있다면 이와 닮았으리라. 설렁설렁 걷다보면 이내 정상인 옥황정에 닿는다. 옥황정은 황제들이 유일하게 머리를 숙인 곳. 경내에는 향내가 코를 찌른다. 소원을 비는 의식 때문이다. 분향객들이 장사진이다. 소원이 담긴 수천 개의 자물쇠도 이채롭다.

하산길은 남천문∼홍문∼중천문의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태산 등정의 최고 난이도인 십팔반(十八盤) 구간이다. 길이 800m. 수직고도 400m. 돌계단이 1600여개에 달한다. 태산 최고의 경관으로 꼽히는 곳. 황제가 천제를 지내기 위해 올랐다는 ‘황제의 길’이다. 72명의 황제가 이 길로 태산에 올랐다고 한다. 계단이 너무 가팔라 아래를 보면 발이 떨린다. 계단에 머리를 박고 이마를 18번이나 찧는다는 속설이 있다. 계단 폭과 높이도 좁아 계단 두 개씩 오르기도 힘들다. 한 발 한 발 옮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까. 손과 발, 네발로 기어오르기 진기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태산의 또 다른 재미 ‘한국길을 아시나요?’

태산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바로 태산의 한국길이다. 계단을 싫어하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트래킹코스다. 한국길은 두개의 코스가 있다. 봉선대전∼망태령∼천촉봉∼옥황정을 이르는 천촉봉 코스(3시간30분)와 직구저수지∼칼바위 능선∼옥황정(4시간30분)까지의 칼바위능선 코스가 그것이다. 좀 짧다 생각되면 두 코스를 아우르는 종주코스도 좋다. 약 14km. 걸어서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대표적인 코스는 칼바위능선 코스다. 2013년 10월에 오픈됐다. 설악산 공룡능선과 흡사한 바위능선이다. 칼바위능선에 서면 나란히 이어진 또 다른 칼바위능선의 환상적인 경관을 볼 수 있다. 스릴과 비경이 어우러진 최고의 코스. 한국 전문 등반가들의 자문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하니 품질은 보증된 셈이다. 대부분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 등정 후 칼바위능선으로 하산한다. 한국길 방문객의 약 80%가 칼바위코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한국길에 내 발자국은 없다. 멀리 우뚝 솟은 공룡의 등껍질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엔 꼭 칼바위 능선에 족적을 남기리라.

태산(중국)|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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