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정종진의 적수, 김해팀만 남았다

입력 2015-05-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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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벨로드롬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정종진. 올해 데뷔 3년차의 신인급이지만 순발력과 근력 등 타고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경륜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경륜경정사업본부

■ 벨로드롬의 뜨는 별 정종진

이욱동·전영규 등 정상급 선배 제치고 1위
데뷔 3년차, 라인 도움없이 올시즌 벌써 3승
선행·마크추입 등 멀티능력에 넓은시야까지
김해팀 박용범·이명현에 전패 넘어야 할 산

벨로드롬의 떠오르는 간판 정종진을 아시나요?

지난 5월17일 광명스피돔. 광명13경주에선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슈퍼특선반의 김민철 등 화려한 선배들을 따돌리고 한 신예 선수가 결승선에 맨 먼저 골인했다. 이욱동 전영규가 2위, 3위로 그의 뒤를 이었다. 운도 아니었다. 오로지 실력, 그 하나만으로 이룬 쾌거였다. ‘마크 추입승’도 아닐뿐더러 특정 선수 즉 라인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순수한 한 바퀴 자력 승부에 의한 완승이었다. 올 시즌 3승째를 쓸어 담는 순간이었다.

주인공은 정종진(28). 정종진은 이날 우승으로 유독 약했던 결승에서의 한을 확실하게 풀었다. 또한 그동안 부족했던 자신감을 끌어올렸고 경륜계에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다.


● ‘될성부른 떡잎’ 정종진…성실함이 최대 강점

정종진은 20기 수석 졸업생으로 ‘떡잎’부터 다른 선수였다. 훈련원서 교육을 총괄했던 김태환 교관이 ‘미래의 에이스’로 꼽을 정도였다. 올해로 데뷔 3년차의 신인급이다. 정종진은 덕산중학교 시절 육상과 축구에 재능이 많았다. 그의 재능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체육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그의 순발력과 근력 등 타고난 ‘펀드멘탈’을 직감하고 사이클을 권했다. 사이클과의 첫 인연이었다. 정종진은 서울체고로 진학했고 졸업 후 실업팀 부상경륜공단과 상무를 거쳤다. 주 종목은 중장거리. 제23회 대통령기전국시도대항 사이클 개인도로단체서 1위, 제53회 3.1절 기념 전국 도로사이클 단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될성부른 떡잎’에게 잡힐 듯 하던 성공을 번번이 그를 비켜나갔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실상 아마시절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늘 2인자 3인자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토록 원했던 태극마크도 달지 못했다.

경륜 데뷔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훈련원마저 재수 삼수를 거칠 만큼 통과도 쉽지 않았다. 훈련원 시절 자신보다 성적이 떨어지던 동기 이으뜸이 크게 주목을 받을 때도 정종진은 꽤 오랜 기간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준비했다. 그리고 번번이 문턱에서 미끄러진 훈련원을 당당히 수석으로 졸업하는 영예를 누렸다.


● 시야 넓어지고 경기운영능력 급상승

낭중지추라 했던가.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게 되는 법. 정종진은 사실 언제 터지느냐가 문제일 뿐 벨로드롬 안팎으서 이미 많은 기대를 받았다. 타고난 자질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언젠가 ‘대박’을 터뜨릴 선수였기 때문이다.

정종진의 장점은 이른바 멀티 플레이어. 즉 다양한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상대나 상황에 따라 선행과 마크 추입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데다 최근 시야가 넓어지며 운영능력까지 급상승, 성적의 꾸준함까지 붙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중장거리 출신이기 때문에 지구력에 자신 있지만 파워엔 아직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이제 그의 가치가 서서히 주머니를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활약을 바탕으로 각종 순위 랭킹 역시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뛰어올랐다. 전년도 35위에 불과했던 성적이 올 시즌 현재 9위로, 역시 30위권 밖이던 상금과 다승부문은 각각 9위, 6위에 랭크됐다.


● 김해팀 선수에겐 유독 약해…“성실함 근성으로 새 간판선수 될 것”

그러나 정종진이 슈퍼특선반이나 경륜을 대표하는 진정한 간판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숙제도 많이 남아있다.

웬만한 기존 강자들은 한 번씩 다들 꺾었지만 지역 연대의 최강으로 꼽히는 김해팀 선수들에겐 유독 약하다. 이중 박용범 이명현에겐 각각 5전 전패, 3전 전패로 아직 우승 신고를 못했다. 하지만 황순철 박병하 이현구를 이겨봤기에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해볼만하다는 것이 주위의 반응이다.

경륜전문가 박창현 씨는 “흔히 아마 때 화려했던 스타급 선수들이 정작 프로무대에선 자기 관리를 못해 허덕이는 모습을 많이 봤다. 반대로 정종진 경우는 마치 느림보 거북이 같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 그리고 많은 우여곡절 겪으면서 자연스레 배인 특유의 근성이 남다른 성장 동력이다. 앞으로 벨로드롬의 새로운 간판선수로 크게 성장할 것이다”고 단언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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