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보검 “‘차이나타운’ 통해 극심한 연기 성장통 겪어”

입력 2015-06-01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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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은 “아파트 지하 신에서 김고은 누나가 실제로 약을 투약하지 않았는데도 약이 온몸에 퍼진 것처럼 실감나게 연기하더라”며 “순간 내가 미안한 감정까지 들었다. 연기하면서 정말 전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영화 ‘차이나타운’은 삶의 끝자락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엄마(김혜수)와 일영(김고은)을 비롯한 마가네 식구들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사채업을 하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영화는 그만큼 처절하고 암울하다.

그런 어두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일무이하게 빛을 발하는 인물이 있다. 엄마의 돈을 빌린 악성 채무자의 아들 석현.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같은 남자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굉장히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석현이 저랑 많이 닮았거든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 등 공통분모가 많아서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영화 속 인물들이 다 어둡고 침울한 가운데 저만 밝게 이끌어 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연기하면서 혼자 우울할 때도 있었어요.”

그의 말대로 석현은 참으로 ‘해맑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그 눈부심 안에 누구보다 더 큰 어둠이 깔려 있다.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인 아버지는 어마어마한 빚을 남긴 채 해외로 떠났고 집안의 온 가재도구에는 차압 딱지가 붙어 있다. 제3금융권에서까지 이자를 받으러 오고 아르바이트로 그 돈을 갚고 있다. 원금까지 낼 형편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석현은 좌절하지 않고 웃는다. 자신을 협박하러 온 사채업자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넉살 좋게 파스타까지 대접하면서 말이다.

“현실을 인정해버리면 처량하고 불쌍하잖아요. 석현은 아픔과 고통을 큰 빛으로 감춘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현실로부터 도망갈 마음은 없어요. 차압딱지 붙은 집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목표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죠. 제 대사에도 ‘이자를 꼬박꼬박 잘 냈다’고 나오잖아요. 내가 잘하는 게 요리고 꿈과 목표가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열심히 살려고 하죠.”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사채업자가 빌려간 돈을 갚으라며 집에 찾아온다. 늘상 보던 아저씨들이 아닌 또래 여자 아이다. 누구든 챙겨주고 싶어 하는 이 선한 석현은 일영에게 따뜻하게 다가간다. 이는 일영이 처음으로 친절한 세상에 눈 뜨고 또 다른 삶을 꿈꾸는 계기가 된다.

“일영은 석현과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거울 같은 인물이에요. 석현은 일영을 보면서 ‘얘는 왜 이런 일을 할까’하는 궁금증과 약간의 호감을 느끼죠. 그는 단순하고 친절한 아이잖아요. 극 중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데이트 신청이 아니라 그저 마침 표가 생겨서 같이 간 거예요. 끼를 부리거나 ‘썸’을 타는 것은 아니랍니다. 하하.”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포장마차 신은 석현과 일영이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더불어 이 장면은 그동안 감췄던 석현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신이기도 하다. 박보검은 촬영 당시를 회상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촬영하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저도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석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더라고요. 연기하면서 혼자 ‘너무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기도했죠. 힘들 때마다 기도하면서 버텼어요.”

석현은 박보검에게 무수한 물음표를 던졌다. ‘차이나타운’ 촬영 기간은 박보검이 석현에 대한 느낌표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연기가 진짜 어려운 거더라고요.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하고 계속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감독님은 ‘잘했다’고 하시는데 저 스스로 만족이 안 되는 거예요. 확신도 안 서고 연기에 대해 자신감도 계속 떨어지고요. 소속사 식구인 송중기 형이 ‘다 겪는 성장통’이라고 조언해줬어요. 가족들도 많이 응원해주고요. 그렇게 힘든 시간이 지나니까 ‘연기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고 많이 배웠구나’라고 느껐어요. ‘차이나타운’이라는 작품은 배움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 작품이에요.”

박보검은 “석현을 통해 ‘명량’의 수봉이 이후 처음으로 한 인물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석현은 그에게 의미가 깊은 캐릭터인 것.

“석현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성격을 가진 인물인지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부했어요. 영화에는 없는 그의 과거를 상상하면서 연구했죠. 이전부터 항상 인물의 일대를 생각해왔지만 그 생각이 최근에 더 커졌어요. 더 많이 알게 됐고요. 앞으로 점점 제가 연기적으로 표현할 폭도 넓어지겠죠.”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금방 만화를 찢고 나온 듯 선한 미소가 인상적인 박보검. 훈훈한 외모에 맞게 그가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도 밝은 캐릭터 위주였다. 박보검은 그 안에서도 다채롭게 결을 나누면서 스스로를 다졌다.

“오디션에서 감독님들이 그런 이미지를 원하셨어요. 그리고 저를 믿고 캐스팅해주셨죠. 그렇다고 오로지 착한 캐릭터만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악역 같이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같은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어야할 텐데 언젠가는 한 번쯤 해볼 기회가 오겠죠(웃음).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을 꺼내 보고 싶어요. 무척 기대됩니다.”

박보검은 최근 드라마와 영화 외에도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레드벨벳 아이린과 함께 매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KBS2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의 MC를 맡고 있다.

“생방송은 처음인데 많은 것을 배울 새로운 기회에요. 순발력과 재치도 늘고 담대함도 커지겠죠. 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인데 앞으로 뮤지컬이나 연극도 해보고 싶거든요. 아직은 노래 실력이 월등하지 않아서 기초를 쌓고 노력해야겠죠. 하하. 이렇게 생방송 무대를 많이 경험하고 제 실력이 탄탄해졌을 때 도전해보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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