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펜스 앞에 떨어진 공…이승엽 400홈런 오늘은 터지나?

입력 2015-06-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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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이 2일 포항 롯데전 5회 상대 선발 이상화에게서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이승엽의 KBO리그 개인통산 400홈런 도전을 보기 위해 이날 포항구장에는 1만135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포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8회 1사 만루서 2루타…홈런 대신 3안타
우측 외야부터 매진…포항구장 인산인해
강민호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 문자

삼성이 제2의 홈으로 사용하는 포항구장 외야에는 의자 대신 푹신한 잔디가 깔려있다. 전광판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이다. 올 시즌 삼성의 첫 홈경기가 열린 2일에는 내야석이 아닌 외야석, 그것도 오른쪽이 가장 먼저 매진되는 기현상을 보였다. 총 1500장의 표가 경기 하루 전인 1일 오전 9시 모두 팔렸다. 이유는 단 하나. 삼성의 ‘국민타자’ 이승엽(39)이 KBO리그 사상 최초의 개인통산 400홈런을 눈앞에 뒀기 때문이다.


● 류중일 감독 “이승엽, 정말 부럽다”

경기 전 류중일 감독은 만면에 미소를 짓더니 대뜸 “이승엽은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야구하면서 별다른 기록 하나 남겨보지 못했다. 이렇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또 모두가 언제 기록이 나올까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게 얼마나 좋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류 감독도 선수 시절 잠실구장 개장 첫 홈런, 11연타수 안타 등 적지 않은 역사를 남겼다. 그래도 “내 것은 그냥 ‘진기록’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아까 어떤 분께 ‘400호 홈런볼의 가치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내 답은 ‘10억’이었다. 그만큼 가치 있는 기록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 강민호 “승엽이 형, 제 앞에서 쳐주세요”

상대팀 롯데 선수들 역시 이승엽에게 경의를 표했다. 포수 강민호는 “이승엽 선배님에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선배님께서 ‘내가 최선을 다해야지’라고 대답하시더라”며 “나 역시 ‘제 앞에서 홈런을 치셨으면 좋겠습니다’는 답장을 보냈다. 정말 좋아하는 선배라서 그 모습을 함께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귀띔했다. 3루수 황재균도 장종훈 타격코치에게 “이승엽이 400호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 때는 상대팀 선수라도 3루에서 하이파이브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을 정도다.


● 또 한 번의 큼직한 타구, 탄식의 포항구장

경기가 시작되자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이승엽의 홈런 타구가 가장 많이 날아갔던 오른쪽 외야는 일찌감치 몰려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심판들에게는 따로 모종의 표시가 된 새 공이 전달됐다. 6회까지 4타석에서 안타만 2개를 기록한 이승엽은 8회 1사 만루서 극적으로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었다. 그리고 롯데 투수 심수창의 초구 145km짜리 직구를 곧바로 노려 쳤다. 그러나 큼지막하게 뻗어나가던 타구는 마지막 순간 또 다시 펜스를 넘지 못하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2타점 쐐기 2루타. 이승엽의 역사적인 400호 홈런은 결국 3일 경기로 하루 더 미뤄졌다.

포항|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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