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70대, 황홀한 도전을 하다

입력 2015-06-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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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바이크. 70대 어르신 3명으로 구성된 2015 유라시아 대륙횡단 원정대가 13일 출정식을 갖고 2만여km의 대장정에 오른다. 원정대 문광수 대장(사진)은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의 자기계발과 실현으로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문광수 씨

■ 유라시아 대륙횡단 원정대 13일 출정


● 문광수·송무광·허정본씨, 오토바이 타고 유라시아 대륙횡단 스타트!


“고희 넘긴 노인네 모험이라 비웃지마라
나이 중요하지 않다…열정만 필요할뿐”

희망·용기 주려 3년전 계획해 체력훈련
시베리아-핀란드-독일-프랑스-스페인 등
매일 200∼300km씩 총 2만여km 대장정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먼지와 바람이 불어도 피하지 않으며 길을 따라 진군할 것이다. 도전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열정만 필요할 뿐이다. 고희를 넘긴 노인네들이 무슨 모험이냐고 비웃지마라. 내 나이가 어때서,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다.”

70대 어르신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횡단에 나선다. 문광수(71) 송무광(71) 허정본(73) 씨 등 3명으로 구성된 2015 유라시아 대륙횡단 원정대(대장 문광수·이하 원정대)가 13일 오전 9시30분 서울시 용산구 대한노인회관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대장정의 시동을 켠다.

이날 출정식에는 이심 대한노인회장, 김성헌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장 등 기관장과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오토바이 라이딩클럽인 이타세(이륜차 타고 세계일주) 회원 30여명이 참석해 장도를 축하한다. 이타세 회원들은 출정식이 끝난 뒤 경기 양수리까지 오토바이 라이딩으로 원정대를 에스코트할 계획이다.

대한노인회중앙회가 주최하고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번 2015 유라시아 대륙횡단 원정 행사는 우리 조상들이 누볐던 아시아 대륙을 달리며 조국통일을 염원하고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자기계발과 실현으로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은 물론 올바른 오토바이 문화를 창출하고 실업 등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원정대는 BMW R1200 등 3대의 오토바이를 몰고 14일 동해항을 출항해 대륙의 출발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원정대는 그곳에서 매일 200∼300km를 달려 아시안 하이웨이 루트로 시베리아를 횡단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경유한다. 이어 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거친 뒤 유럽대륙의 서쪽 끝인 스페인의 리스본에 도착할 예정이다. 귀국길은 세르비아-폴란드-모스크바로 돌아와 이곳에서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총 2만여km의 대장정을 펼치게 된다.

원정대 문광수 대장은 “우리는 자연에 순응해 비바람,추위, 먼지, 뜨거운 태양에 순응하며 갈 것이다. 우리의 긴 여정에서 현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일상적인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우리 나이에 어울리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 깨닫고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원정대가 라이딩하는 공식일정은 90여일. 9월15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유동적이다. 미리 짜여진 계획에 얽매이기보다 현장 상황을 보며 그때그때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문 대장은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는 없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며 그들의 삶과 전통을 존중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자유로운 영혼이 되려한다”고 소개했다.

원정대는 이번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시작으로 내년엔 아메리카, 2017년 아프리카, 2018년 호주와 중동을 라이딩하는 오토바이 세계일주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계획대로 일정을 마치면 세계 최초 최고령자 ‘오토바이 세계일주’가 된다.

원정대가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계획한 건 3년 전. 문 대장이 등산학교 교장을 마치고 오토바이에 빠지면서부터다. 막연히 그려왔던 광활한 유라시아대륙을 바람을 가르며 자유롭게 누비는 모습을 상상하곤 바로 실행에 옮겼다. 처음엔 단독 라이딩을 계획했다. 횡단 계획을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알리자 “그 위험한 곳에 친구 홀로 가게 할 수는 없다”며 친구 2명이 동참했다.

오토바이 면허도 없던 ‘덩달이’ 친구 두 명은 그날부터 오토바이를 배우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체력. 아무리 머리와 가슴이 20대 청춘처럼 뜨겁다하더라도 몸은 예전의 몸이 아니었다. 체력훈련에 돌입했다. 1주일에 두 번 북한산 등반으로 소진되어가는 몸에 강건한 근육을 충전시켰다. 라이딩도 문제였다. 초보 라이더이기에 서울서 지리산 동해 등을 오가며 도로에 적응해 나갔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70대 ‘젊은 그대’들은 삶이 가르쳐준 겸손과 도전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한다. “부릉∼, 부르릉∼”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들의 두 바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내의 삶이 그러 하듯이.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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