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의 2부 투어 생활을 끝내고 올해 처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에 성공한 곽민서가 10일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에서 퍼팅 연습 도중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해리슨(미 뉴욕)|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길고 긴 2부투어 끝 작년 풀시드 성공
좋은 차에 식사까지 주고 정말 좋아요
4대회연속 컷탈락…기죽지 않냐고요?
골프는 나의 행복…내일이 있잖아요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뛰는 곽민서(25·JDX멀티스포츠)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수많은 스타들 틈에서 우승 한번 해보지 못했지만, 늘 꿈꿔왔던 무대에서 마음 편히 경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6년 동안의 2부 투어 생활을 끝내고 올해 처음 LPGA 무대를 밟은 곽민서는 11일(한국시간)부터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골프장(파73)에서 열리고 있는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총상금 350만 달러)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를 경험했다.
● “풀 시드가 좋기는 좋네요”
4월 스윙잉스커츠 클래식 4위와 상금랭킹 52위. 올해 곽민서가 거둔 성적표다. 매주 새롭게 탄생하는 챔피언들 틈에서 그의 성적은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곽민서는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는거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곽민서는 2008년 미국 땅을 밟았다. 서울 서문여고 3학년을 다니던 중 2학기를 앞두고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새로운 세상에서 꿈을 펼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3개월 동안 골프아카데미에 다녔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그는 아카데미를 그만뒀다. 혼자 독학을 시작했다. 인터넷과 골프서적을 보면서 스윙을 연구하고 기술을 하나씩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도움 없이 혼자서 길을 찾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2009년부터 시작된 시메트라(2부) 투어 생활은 생각보다 길었다. 2011년까지 3년 동안 2부 투어에서 보내야만 했다. 2012년과 2013년엔 LPGA 컨디셔널 시드를 획득해 한 계단 올라서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시드를 잃고 2부 투어로 내려갔다.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안 되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했었거든요.”
2014년을 다시 2부 투어로 내려간 곽민서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절박했던 곽민서는 상금랭킹 2위에 올랐고, 2015년 LPGA투어 풀 시드를 받는데 성공했다. 곽민서는 “풀 시드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시드 걱정이 없으니 대회에 나가는 기분이 새롭더라고요. 어떤 대회에 가면 좋은 차도 내주고 연습 환경이며 식사까지, 모든 게 2부 투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네요. 두 번 다시는 2부 투어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요”라며 힘줘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후한 대접만이 그를 즐겁게 하는 건 아니다. 경기를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스럽다. 그리고 아주 큰 목표는 아니지만 하나씩 목표를 이뤄가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자신이 뿌듯하다.
“1차 목표는 시드(상금랭킹 80위)를 유지하는 것이었죠. 지금 상금랭킹 52위에 올라 있으니 목표를 이룬 셈이죠.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곽민서가 세운 또 다른 목표는 상금랭킹 60위. 9월부터 시작하는 ‘아시안스윙’에 출전할 수 있는 커트라인이다.
“아직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한번도 나가보지 못했어요. 60위 안에 들면 하나외환챔피언십에도 나갈 수 있죠. 한국에 가서 좋은 경기를 펼쳐보고 싶어요.”
● 곽민서를 이끄는 무한 긍정의 힘
6년 동안 2부 투어에서의 생활은 고될 뿐 아니라 힘도 들었다. 그때마다 곽민서에게 힘을 준 건 어머니 권영희씨다. 곽민서는 “엄마는 항상 저에게 힘을 주셨어요. ‘너는 할 수 있어, 그러니 때를 기다려라’면서 저를 이끌어주셨죠”라며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는 곽민서와 투어를 함께 다니며 딸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권씨는 “힘들지만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힘든 줄 몰라요”라고 말했다.
포기와 실패를 모르는 무한 긍정도 곽민서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들었다. 4월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4위에 오른 뒤 성적은 다시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4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했다. 위축될 수도 있지만, 곽민서의 생각은 달랐다.
“안 된다고 웅크리고 있으면 더 안 되는 법이잖아요. 지금은 힘들지만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요. 골프가 바로 그렇거든요.”
곽민서는 골프가 좋다고 했다. “잘해도 못해도 골프란 언제나 즐거워요. 그래서 계속 골프를 하고 있고요”라는 게 이유다. 그러고는 큰 목표보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목표를 이루면서 조금씩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나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 계단 정도 더 올라와 있는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한 계단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고요. 목표까지 얼마나 많은 계단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한 계단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죠.”
해리슨(미 뉴욕)|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