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박태하 옌볜FC 감독 “13경기 연속 무패…이제부터 진짜 시작”

입력 2015-06-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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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갑(2부)리그 옌볜FC는 13경기 무패(7승6무)를 달리며 단독선두를 지키고 있다. 유력한 꼴찌 후보에서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기까지 한국인 사령탑 박태하 감독의 역할이 컸다. 박 감독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옌지(중국)|남장현 기자

승격팀 급여 미지급에 강등 면한 옌볜FC
부임하자마자 생활태도 등 기본부터 바꿔
하태균 11골 완벽히 부활…영입효과 톡톡

중국프로축구 유일의 조선족 축구단 옌볜FC(연변장백산축구구락부)의 가슴 벅찬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13일 옌지시 인민경기장에서 열린 2015 중국 갑(甲·2부)리그 13라운드 홈경기에서 우한 줘르를 2-0으로 꺾은 옌볜은 13경기 연속 무패행진(7승6무·승점 27)으로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꼴찌로 을(乙·3부)리그 강등이 기정사실화됐지만, 승격팀이 선수단 급여 미지급 사태를 빚으며 극적으로 갑리그에 잔류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기적으로 다가오는 옌볜의 힘찬 질주에는 박태하(47) 감독이 있다. 2010남아공월드컵과 2011카타르아시안컵에서 한국대표팀 코치를 지냈고,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이력을 쓴 그는 옌볜 사령탑 부임 첫 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현지에서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중국무대 첫 도전이 2부 무대다. 소감이 남다를 텐데.

“두렵긴 했다. 중국에 대한 선입관도 있었다. 지인들도 열에 아홉은 반대했다. 그래도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완전히 새로운 팀을 만들고 싶었다. 벽돌을 하나씩 쌓아가는 마음이었다. 뿌리 깊은 패배 의식을 떨쳐낸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왜 옌볜이었나.

“코치 경력은 길었지만 K리그 감독 기회가 없었다. 뭔가 임팩트가 없었던 탓이다. 제안을 받고 딱 사흘 고민했다. 다행히 구단의 전폭 지원 약속이 있었다. 작년 경기 영상을 전부 구해 돌려봤다.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한국인 특유의 기질을 느꼈다. 기본적인 자세가 돼 있었다.”


-어떻게 팀을 바꿔나갔나.

“작년 12월 중순부터 동계훈련을 시작했다. 당시 선수단이 43명이었는데, 10명을 줄였다. 기초부터 닦아야 했다. 그간의 지식을 총동원했다. 교감도 중요했다. 선수들의 신상명세를 받아 보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 애정결핍, 가정환경이 불우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진심으로 다가갔더니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기대이상의 성과다.

“여전히 우린 ‘좋은 팀’을 향한 과정에 있다.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시련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지금 순위는 무의미하다. 선수들에게도 이를 강조한다. 다행히 점차 발전하더라.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면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기본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전술도, 전략도 기본이 중요하다. 처음 부임했을 때 살갑게 인사하는 법, 식사태도 등부터 바꿨다. 술, 담배가 왜 운동선수에게 해로운지도 가르쳐야 했고, 항상 도사리는 승부조작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야 했다. 예전에는 단절됐던 대화가 부쩍 늘었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 떠들고 웃는 모습을 보게 됐다.”


-시즌 전 목표가 10위권 진입이었다.


“조금씩 발전하는 건 느껴졌지만, 나도 중국 무대가 처음이다 보니 우리 수준에 대한 의문은 있었다. 그런데 강서련성과의 원정 개막전을 이기면서 느낌이 왔다. 외적 변수가 없다면 누구든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태균 신드롬’이 대단하다. FA컵까지 올 시즌 11골을 터뜨렸다.

“가진 기량보다 저평가된 측면이 컸다. 갑리그 잔류가 확정됐을 때, 전방 자원으로 하태균(28)만 생각했다. 고맙게도 수원삼성과 선수 본인이 수락했다. 잦은 부상이라는 리스크는 감수해야 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아프지 않고 잘 뛰고 있다. (7월 20일 임대가 종료되는데) 구단은 완전 영입 의지가 강하다. 이곳에서 (하)태균이가 확실히 부활해 더욱 큰 무대로 나가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옌볜에서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나.

“강등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팀이 아닌, 경쟁력과 잠재력이 큰 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언제든 할 수 있고, 최고의 무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인식을 남기고 싶다. 땀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옌볜에 머물지 모르지만 항상 한결같고 꾸준한 팀을 만들겠다.”

옌지(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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