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캠페인] 불법 스포츠 도박=중대 범죄…승부조작 광풍의 교훈

입력 2015-06-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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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는 2011년 여름 승부조작의 광풍에 빠져들면서 K리그 등록선수 648명 가운데 10%에 달하는 50여명이 검찰에 기소되는 몸살을 앓았다. 프로축구연맹은 구단과 협조 하에 부정방지 교육과 경기 후 모니터링 활동, 선수들과의 면담 등 지속적인 클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정몽규 전 프로축구연맹 총재(현 대한축구협회장) 및 지도부가 2011년 승부조작 파문 당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5. 소 잃고 외양간 단단히 고친 K리그

한국프로축구에서 2011년 5월 24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풍문으로만 떠돌던 승부조작 루머가 실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시 창원지검이 불법 스포츠 도박 브로커로부터 ‘검은 돈’을 수수한 혐의로 지방 도시민구단의 현역 선수 2명을 체포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해당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참여해 돈을 챙겼을 뿐만 아니라 직접 승부조작에도 가담한 것이었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연루자들은 늘어났고, 이들은 줄줄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 승부조작의 광풍 속에 그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등록·공시된 K리거 648명 중 10%에 가까운 50여명의 전·현직 선수들이 검찰에 기소됐다.


2011년 당시 K리그 뒤흔든 승부조작 파문
축구계, 관계기관과 연계해 재발 방지 총력
연 4회 부정방지 교육·경기 모니터링 강화
선수와 면담도 꾸준히…‘클린 K리그’ 구축



● 승부조작의 망령은 진행형

승부조작 연루자들에게는 법적 처벌 외에도 K리그 차원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선수자격 영구 박탈’이었다. 징계를 받은 이들은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그라운드 복귀를 꾀했지만, 차가워진 여론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사고 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듯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은 발본색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확실히 뿌리 뽑지 못한 탓에, 또 뿌리 뽑을 수도 없기에 여전히 축구계는 ‘승부조작’과 ‘불법 베팅’ 등의 단어만 등장하면 불안에 떤다.

최근에도 남자프로농구 KGC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연루 의혹이 불거지자,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구단들은 이곳저곳 연락을 취하며 긴박하게 상황을 점검했다. 수사 상황이 어떤지, 혹시 축구에선 별다른 소식이 없는지를 살폈다. 2011년 암울한 사태를 겪은 지방의 한 구단 관계자는 “타 종목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점검하고, 그 때마다 ‘없다’는 답을 듣지만, 솔직히 안심할 수 없다. 이곳에 몸담고 있는 한 계속 그럴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 축구계 “불법행위 근절 역량 총동원!”

그래도 프로축구계는 나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클린 K리그’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지능화·고도화된 부정행위에 대처하는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활발히 연계해 ‘불법 스포츠 도박=중대범죄’라는 인식을 K리그 구성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이 각각 2회씩 주관해 매년 4회 시행하는 부정방지 교육이 대표적이다. 시즌 개막 이전인 2∼3월 1차 교육을 실시한 뒤 5월과 8월, 10월에는 외부 강사를 지원받아 각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교육한다. 또 프로스포츠단체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암행감찰관이 수시로 각 경기장에 파견돼 승부조작 및 부정행위를 감시하며 각종 비위를 수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프로축구연맹은 2012시즌부터 클래식(1부리그)과 챌린지(2부리그)의 모든 경기를 사후 모니터링하고 있다. 경기 후 경기평가분석단이 녹화된 전 경기의 영상을 꼼꼼히 살펴보며 혹시나 모를 불법행위 포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식 밖의 실점 등 의심스러운 장면이 감지되면 해당 구단과 선수에게 통보해 ‘연맹이 이처럼 상시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면서 의혹조차도 뿌리 뽑을 수 있는 경기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꾸준한 면담도 필수다. 각 구단 사장과 단장은 연 4회에 걸쳐 선수와 1대1로 면담하고 일지를 작성한다. 연초(3월 말) 제출하는 부정방지 서약서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뿐 아니라 구단 임직원 등 K리그 구성원 전원이 대상이다. 유소년(U-15·U-18)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또 클린센터와 핫라인을 연중 운영한다.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와 관련된 일체의 정보 신고를 K리그 홈페이지 클린센터와 사무총장 핫라인(02-2002-0657, 0691)으로 받고 있는데, 신고 내용과 정확도에 따라 포상금(1000만∼1억원)을 지급한다.

아직까지 적발 건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중국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낯선 인물들이 경기장에 출몰해 불법 스포츠 도박업체로 추정되는 어딘가로 휴대폰을 통해 경기 상황을 전달하는 행위를 적발했다거나, 4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포항 스틸러스 산하 유스팀(U-18) 포항제철고 선수들(현재 대학 진학)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는 등의 소식이 있었을 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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