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삼성의 스포츠단 통합작업…프런트 패러다임도 바뀐다

입력 2015-07-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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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부사장-이승엽 선수(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라쿠텐이 요미우리를 이기는 날’이라는 도발적 제목의 책이 있다. 일본프로야구의 막내 구단 라쿠텐이 전통의 요미우리를 야구로 넘는다는 시시한 내용이 아니라, 마케팅에 대한 책이다. 마케팅은 전통과 비례하지 않는다. 시장 규모는 일본이 훨씬 큰데, 절실함에선 한국이 덜하다. 대개 중견 내수기업이 운용해서 야구 자체에서 수익을 만들어야 할 일본과 달리, 한국은 글로벌 대기업의 두둑한 지원을 받고 있다. 재벌끼리 자존심 싸움이라도 생기면 선수 몸값은 비정상적으로 치솟기 일쑤였다.

#빅마켓이든, 스몰마켓이든 결국은 먹고 사는 문제로 귀결된다. 장사가 안 되면 존재의 이유가 없는데, 최고 인기 스포츠 야구를 비롯한 한국 프로스포츠는 별나라 세상이었다. 홍보수단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홍보의 의미가 점점 크지 않다. 삼성, LG를 야구단을 통해서 알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1등 그룹 삼성이 스포츠단 통합 작업에 한창이다. 이미 축구, 농구, 배구가 삼성 스포츠단을 총괄하는 제일기획의 깃발 아래로 들어갔고, 신치용 배구단 감독이 삼성 스포츠단 부사장으로 갔다. 독립법인인 야구단은 무풍지대인줄 알았는데, 야구계에선 삼성 라이온즈의 흡수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에 삼성뿐 아니라 KIA, 롯데, SK 등 다른 야구단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1등 삼성이 하면 따라갈 그룹이 적지 않아서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삼성이 이제 ‘1등 제일주의’가 아니라 효율적 경영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기업의 통 큰 지원에 의존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연명하지 말고 야구단 자체적으로 살 길을 모색하라는 냉엄한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포츠단 프런트는 선수단 성적에 연동해 고과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사회공헌 등 다른 평가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프런트의 역할도 그만큼 힘겨워지겠지만, 한국에서 스타 스포츠 CEO가 탄생할 환경도 된다. 아직도 성적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스포츠단과 모기업에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삼성의 움직임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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