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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부사장-이승엽 선수(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빅마켓이든, 스몰마켓이든 결국은 먹고 사는 문제로 귀결된다. 장사가 안 되면 존재의 이유가 없는데, 최고 인기 스포츠 야구를 비롯한 한국 프로스포츠는 별나라 세상이었다. 홍보수단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홍보의 의미가 점점 크지 않다. 삼성, LG를 야구단을 통해서 알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1등 그룹 삼성이 스포츠단 통합 작업에 한창이다. 이미 축구, 농구, 배구가 삼성 스포츠단을 총괄하는 제일기획의 깃발 아래로 들어갔고, 신치용 배구단 감독이 삼성 스포츠단 부사장으로 갔다. 독립법인인 야구단은 무풍지대인줄 알았는데, 야구계에선 삼성 라이온즈의 흡수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에 삼성뿐 아니라 KIA, 롯데, SK 등 다른 야구단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1등 삼성이 하면 따라갈 그룹이 적지 않아서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삼성이 이제 ‘1등 제일주의’가 아니라 효율적 경영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기업의 통 큰 지원에 의존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연명하지 말고 야구단 자체적으로 살 길을 모색하라는 냉엄한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포츠단 프런트는 선수단 성적에 연동해 고과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사회공헌 등 다른 평가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프런트의 역할도 그만큼 힘겨워지겠지만, 한국에서 스타 스포츠 CEO가 탄생할 환경도 된다. 아직도 성적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스포츠단과 모기업에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삼성의 움직임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