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지면 질수록 성장하는 ‘한국 수구’

입력 2015-07-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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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U대회에 출전한 남자수구대표팀은 올해 1월 출범했다. 매 경기 패배를 맛보고 있지만 꾸준한 저력으로 희망의 내일을 꿈꾸고 있다. 광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척박한 인프라·전체 수구인구 300여명 한계
지난해 인천AG 4위 계기로 자신감은 회복
광주U대회 14개 참가팀 중 조별리그 5전패
2019년 목표로 남녀대표팀 육성 방안 모색

유럽·북미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수구는 국내에서 생소한 스포츠다. 골키퍼를 포함해 팀당 7명이 헤엄치며 상대 골대에 공을 던져 점수를 얻는 종목(8분 4피리어드)으로, 얼핏 핸드볼처럼 보이지만 신체 대부분이 물 속에 있고 거친 동작이 많아 ‘수중 격투기’로 불린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 여자부 경기에선 수영복이 찢어지는 노출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져 화제를 낳곤 한다.

초창기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에 채택된 오랜 역사의 수구가 한국에 도입된 것은 일제강점기다. 그마저 학생 교류전 정도에 그친 수구가 새삼 조명 받은 것은 금메달을 따낸 1984아시아수영선수권부터다. 한국은 2년 뒤 서울아시안게임 은메달, 1990베이징아시아수영선수권 동메달을 획득하며 중흥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영광은 길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소련연방국들이 아시아에 편입되면서 밀려났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4위)을 계기로 자신감을 회복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흘렀다.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는 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는 무대다. 한국은 남자팀을 파견했다. 안기수(55·대한수영연맹) 감독이 이끄는 13명의 수구 전사들은 올 1월 처음 소집돼 실력을 키웠다. 목표는 12강(총 14개국 출전) 진입. 쉽지 않은 미션이다. 실업 6개팀, 대학 2개팀에 불과한 척박한 인프라와 전체 수구인구 300여명 중에서 뽑힌 13명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8일 염주수영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A조 5차전(5-24)까지 5전패. 앞서 호주(3-14), 프랑스(9-14), 이탈리아(5-13), 브라질(7-11)에 내리 패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오늘이 아니다. 실력차는 크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자신감이 붙는다. 안 감독은 “경험이 쌓이고,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제도 변화도 필수다. 소년체전은 수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고교 1학년이 돼야 전문 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다. 물론 여자부는 전무하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된 유럽과 비교할 수 없다. 또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수구팀이 없어 광주U대회 이후 9명이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병역 문제 개선은 진로가 좁고 불투명한 선수들이 은퇴 이후의 삶을 잘 준비하도록 돕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안 감독은 “비인기 종목의 한계다. 관심이 필요하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을 목표로 남녀대표팀을 동시에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비전을 설명했다. 그렇게 한국수구는 내일을 그려가고 있다.

광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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