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신과 함께’, 98%의 감동과 2%의 아쉬움

입력 2015-07-11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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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하게 되는 지름 17m의 경사진 환형(環形)무대, 그리고 저승의 기운을 담고 있는 빨간 LED(발광다이오드) 바닥까지. 공연장에 들어가자마자 무대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서울예술단의 2015 두 번째 신작 ‘신과 함께_저승편’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줬다.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은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평범한 인간 김자홍이 죽은 후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일곱 개의 저승 재판을 49일 동안 받는 여정과 함께 한을 풀지 못해 이승을 떠돌고 있는 원귀(유성연)를 무사히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삼차사 강림과 덕춘, 혜원맥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의 전통 신화를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고 수많은 마니아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웹툰을 뮤지컬로 만든다는 점에서 서울예술단 역시 몇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김자홍이 칠(七)지옥을 통과해야 한 것처럼.

가장 어려운 관문은 무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드라마와 일곱 개의 지옥의 시각화는 뛰어났다. 거대한 환형무대를 기본으로 삼아 윤회사상을 시각화 시켰고 바퀴 안쪽의 원형공간은 저승으로 표현했다. 도산지옥, 화탕지옥, 한빙지옥 등 일곱 개의 지옥은 각 특징을 잘 살려내 표현했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프레스콜 때 “인간이 이승에서 짓고 있는 온갖 선행과 죄업을 상징화 시키고 싶었다”고 전한만큼 환형 바퀴 부문을 감싸고 있는 신문은 그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면이다.

창작뮤지컬에서 처음으로 상용되는 LED 바닥 역시 볼거리다. 정재진 영상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스펙터클한 영상이 투사돼 원작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장치는 이승의 일상과 더불어 그와 상반되는 저승의 지옥을 한 무대에서 가능케 했고 한정된 공간에서 시공간의 넘나들게 했다. 또한 저승차사 등이 원귀와 싸우는 장면은 감각적인 영상으로 하나의 판타지를 보는 듯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역시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한다.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효율적으로 함축시킨 정영 작가와 김광보 연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삶에서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럴 줄 알았으면 착하게 살 걸 그랬네요”라는 김자홍의 대사와 같이 착하게 살자는 메시지도 동시에 전달한다. 진지함과 동시에 재미도 붙잡았다. 웹툰에 나오는 ‘김밥지옥’, ‘헬벅스(HELL BUCKS)’와 검색사이트 ‘주글(JOOGLE)’은 재미를 자아내며 한빙지옥을 지나며 김자홍이 기침을 하자 진기한이 “혹시, 메…”라며 손 소독제를 발라주는 장면은 ‘메르스 사태’를 풍자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한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웹툰 속 인물들과 닮은 배우들도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포마드 머리가 매력적인 저승차사 강림 역을 맡은 송용진과 조풍래는 외형부터 캐릭터 성격까지 완벽히 포착해 눈길을 끌며 김자홍 역을 맡은 정동화는 인간이었던 만큼(?)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해나간다. 한 부모의 아들로써,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이었던 김자홍은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는 듯해 웃음과 눈물을 준다. 저승 변호사인 진기한 역을 맡은 박영수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섞어 연기한다. 7개의 심판을 함께하는 김자홍과 진기한을 연기하는 두 배우는 극 중간, 중간 재미있는 대사를 촘촘히 넣어 연기해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전달한다. 또한 “더 많은 사람을 구원하고 싶다”며 국선 변호사를 자청한 진기한은 우리 사회의 숨어버린 정의에 대해서 느끼게 해준다. 이 외에도 혜원맥과 덕춘 그리고 일곱 명의 저승 판사들은 장면마다 신선함을 더해준다.

서울예술단의 특색 있는 ‘가무’또한 눈길을 끈다. 늘 한국적인 군무로 전통적인 색을 지우지 않았던 서울예술단은 이번에도 세련된 군무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저승에 있는 사람들과 원귀들의 군무는 이들만의 특징을 잘 살려내는 장면이다.

유일하게 통과하지 못한 관문이 있다면 음악이다. ‘킬링 넘버’가 없다. 록, 탱고 등 다양한 장르가 장면마다 들어가 즐거움을 주지만 머릿속에 남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기술적인 문제일지 모르지만 배우마다 가사 전달력이 달라진다. 검수지옥 오관대왕 역을 맡은 고미경 등 대부분의 배우들의 대사는 매우 정확하게 들리는 반면, 몇몇 배우들의 대사와 넘버는 웅얼거리게 들려 갸우뚱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공연 외에 관람의 재미를 더하는 이야기를 하자면,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저승 타임즈’를 나눠주러 복도를 돌아다니는 원귀와 포토타임도 가질 수 있다.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음악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환상적인 무대와 이야기 ★★★☆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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