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사령탑 임도헌 감독(뒤쪽 정장 차림)이 12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15 청주 KOVO컵 프로배구대회 2일째 우리카드전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청주|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신치용단장 보는 자리서 우리카드 제압
임도헌감독 “코트안에서 선수들 잘 뭉쳤다”
20년간 경기 때마다 코트에서 다른 팀을 날카롭게 지켜보던 감독 신치용은 정장 차림으로 VIP 단상에 앉았다. 생소했다. 12일 청주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 청주 KOVO컵 프로배구대회 2일째 남자부 B조 예선 첫 경기. 신치용의 두 제자가 만났다. 10년간 신치용 전 감독에게서 리더십 수업을 받은 삼성 임도헌 감독의 데뷔전이자, 삼성 선수로 10년간 승리하는 것을 배웠던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의 복귀전이었다. 첫 출발의 부담 때문인 듯 임 감독은 “평소 술을 안 하는데 어제 맥주를 한 캔 마셨다. 잠이 잘 오더라”고 밝혔다. 강조하는 단어도 스승과 판박이였다. “수비와 2단 연결이 중요하고 범실을 줄여서 기본기에 충실한 배구”가 목표라고 했다. 김 감독은 “많은 선수가 군에 입대하고 대표팀에 5명이 오가면서 가용자원이 모자라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패배가 선수들의 의식 속에 남아 있어, 상처를 치료하려고 노력했다”며 ‘힐링’에 포인트를 뒀다.
● 코치 10년 임도헌 감독-선수 10년 김상우 감독의 대결 결과는?
두 팀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우리카드 선수들의 표정에선 어려웠던 집안 환경이 펴진 것이 잘 드러났다. 삼성은 무서운 선생님이 출타 중인 교실 같았다.
삼성 베테랑 고희진이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1세트에 7득점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날개공격보다는 중앙 중심의 속공을 자주 한 세터 유광우의 선택 덕분에 삼성이 주도권을 잡았다. 삼성은 24-24에서 우리카드의 서브 범실과 김명진의 마무리로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우리카드의 블로킹이 빛났다. 삼성화재의 공격성공률을 30% 밑으로 떨어트린 뒤 반격을 통해 25-19로 2세트를 잡았다. 3세트에는 삼성이 6개의 블로킹으로 우리카드의 공격을 잘 차단했다. 서브가 강해지면서 류윤식, 고현우의 날개공격이 살아났다. 삼성이 25-16으로 3세트를 이겼다.
● 코트 안에서 마음을 더 잘 모은 삼성화재
삼성은 4세트 들어 우리카드 신으뜸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요하게 넣으며 3개의 에이스를 뽑아내 25-21로 마무리했다. 세트스코어 3-1. 류윤식이 18득점(4블로킹·1서브)의 최다득점으로 가장 빛났지만, 진정한 수훈선수는 9득점(1서브·1블로킹)의 고현우였다. 고비마다 멋진 디그를 했다.
공식 데뷔전에서 승리한 임 감독은 “코트 안의 6명 모두가 한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배구를 가장 잘했다”고 칭찬하면서도 “배구를 배구같이 못해 죄송하다. 나보다는 선수들이 더 긴장한 듯 수비와 2단 연결에서 평소의 절반기량도 못했다”고 밝혔다. 신치용 단장은 경기 후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지 않고 조용히 사라졌다. 경기 후 임 감독과 신 단장의 저녁식사 자리가 따로 있다고 구단 관계자가 귀띔했다.
청주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