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손해 보는 드라마는 NO! 실리 택하는 방송사들

입력 2015-07-31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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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 사진제공|KBS

‘눈물로 피는 꽃’ ‘나 홀로 집에’ 등 무산
작가·스타 이름값보다 손익 계산 우선

SBS는 ‘용팔이’ 후속으로 준비 중이던 문영남 작가의 신작 ‘눈물로 피는 꽃’의 편성을 최근 취소했다. 10월 방송 예정인 문근영·강지환 주연의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나 홀로 집에’는 아예 제작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시청률 40%를 기록했던 스타작가와 톱스타들의 드라마가 줄줄이 방송사 편성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 이름만 보고도 편성을 내주던 시절은 지난 것일까. 해당 방송사들은 이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모두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편성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방송사들의 속내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얘기다.

10월 방송 예정이던 수목 미니시리즈 ‘눈물로 피는 꽃’은 여성과 모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클럽’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 시청률면에서 정상을 차지해온 문영남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문 작가의 이 같은 대표작은 대부분 주말드라마로, 그의 작품적 성향이 미니시리즈 색채와 맞지 않다는 내부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 측은 이에 제작사와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주연 등 캐스팅은 물론 간접광고(PPL) 등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는 등 난관에 부딪히면서 결국 제작사와 이를 둘러싼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말았다.

‘나 홀로 집에’도 마찬가지다. 현재 방송 중인 서인국·장나라 주연의 ‘너를 기억해’ 후속작을 찾다가 문근영과 강지환을 급하게 내세워 ‘나 홀로 집에’를 편성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성공한 사업가와 그가 아끼는 개를 돌봐줄 여성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었지만 제작상 부실을 우려한 끝에 결국 방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당초 연출자가 다른 드라마의 연출을 맡게 됐다. 드라마 내용도 조금 미흡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방송사들의 이런 급작스런 편성 변경이 결국 또 다른 드라마의 완성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편성을 취소한 자리를 메우기 위해 급히 편성된 드라마는 최소한의 준비기간도 없이 ‘생방송’ 촬영을 이어갈 우려가 크다. 개연성 없는 무리한 내용 전개가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방송사들도 할 말이 많다. 더 이상 작가나 스타의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이제는 실리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SBS의 한 관계자는 “연간 90여편의 드라마가 제작된다. 광고 매출로만 수익을 얻는 시절은 끝났다”면서 “드라마를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기자 및 작가 출연료를 주고나면 남는 게 없다. 수익면에서 고려해야 할 상황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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