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이 팀 동료 장원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고깔모자를 쓰고 잠실구장 복도를 누비고 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31일 잠실구장. 두산 유희관(29)이 1루쪽 덕아웃 뒤편 복도에 나타났다. 등장과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그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가 그려진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자의 용처를 묻자 유희관은 웃으며 “장원준 형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이날은 바로 유희관과 절친한 사이인 투수 장원준(30)의 생일. 유희관은 “이렇게 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면 더 많은 분들이 알고 축하해주시지 않을까 싶었다”며 배시시 미소 지었다.
두산 선발진을 지탱하고 있는 장원준과 유희관은 올 시즌 두산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안기는 ‘환상의 듀오’다. 유희관은 올해 벌써 13승을 올리며 풀타임 3년 만에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고, 장원준은 FA(프리에이전트) 이적 첫 해인 올 시즌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두산 선발진의 위력을 공고하게 다지고 있다.
무엇보다 둘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장원준은 “이적 후 희관이가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 둘 다 왼손 선발투수이다보니 아무래도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며 “희관이가 잘 던지고 나면 나도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식하게 된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사이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둘은 장원준의 생일 하루 전인 30일 잠실 한화전이 끝난 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조촐한 자축을 했다고 한다. 유희관은 “생일 주인공인 원준이 형이 계산을 해서 맛있게 잘 먹었다”고 귀띔하면서 “일요일(2일) 등판에서 원준이 형이 호투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