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인(藝人)’ 김덕수, 그가 말하는 ‘우리의 신명’

입력 2015-08-0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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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언젠가는 우리의 신명이 세계인과 공감할 수 있는 큰 신명이 될 거라고 봅니다.”

보통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저 하나의 바람이거나 내셔널리즘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말한 사람이 김덕수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덕수가 누구인가. 근 60여 년을 꽹과리, 징, 장고, 북과 함께하며 37년에 걸쳐 사물놀이를 세계에 전파한 한국을 대표하는 예인(藝人)이다.

뿐만 아니라 5대양 6대주를 순회하며 전 세계 수많은 음악을 섭렵하며, 하나의 음악 장르로써 사물놀이 이론까지 정립한 그가 이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할 무언가 있다는 뜻이다.

김덕수가 주목을 한 부분은 ‘리듬’이다. 김덕수는 “전 세계 대중음악의 근본은 리듬이다. 음악의 3대 요소라고 하는데 이중 가장 앞서는 게 리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례로, (대중음악의 주류인)재즈나 락, 힙합 등의 근본 뿌리는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아프리카와 라틴이다. (이 리듬을) 백인들이 100년 넘게 거치며 자신들의 문화와 합쳐 대중문화 상품화한 거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덕수는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있고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것도 있다”며 “그게 바로 한글, 언어다. 공연 예술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상징적으로 두드러진 게 한글이다. 수천 년 문화교류에서 진화해온 우리만의 멋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뿌리가 리듬에 있다고 믿는다”라고 한국만의 ‘리듬’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우리만의 리듬이 바로 세계인을 공감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김덕수는 확신했다.

그는 “동북아를 대표하는 보물 같은 게 리듬이다. 왜 반도국가의 이런 엄청난 표현력이 있을까. 북방과 남방을 다 섭렵한 거다. 대한민국만이 가진 기질이 확실히 있다”며 “대중문화에는 순환의 법칙이 있는데, 우리의 신명이 세계인과 공감할 수 있는 큰 신명이 될 거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가 주장하는 ‘세계가 공감하는 리듬’이라는 것이 세계 메이저 음악 시장을 국악기로 뒤바꿔 놓는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김덕수는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변형하는 것에 적극적이다. 실제 김덕수의 행보를 보면 사물놀이와 오케스트라의 협연부터, 최근 일렉트로닉과 사물놀이의 결합 등 새로운 결합과 시도를 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김덕수가 말하는 우리의 리듬이란 전통음악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에 녹아들고 살아 숨 쉬는 것이었다.

김덕수는 “우리 아버님 세대에서는 바이올린과의 협업이 필요 없었다. 우리가 주인공이니까. 마음 아픈 이야기지만 지금은 공짜로 초대권을 줘도 우리 전통문화 공연에 안 온다. 그런데 7, 80년대에 서양 오케스트라 공연에는 티켓이 한 장에 10만 원대인데도 이미 매진이었다. 그때 깨달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때 악보를 만들고 사물놀이를 위한 콘체르토 마당을 준비했다. (타 장르와 협연의)첫 작업물이었다. 그게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그 이후 사물놀이가 제일 먼저 불려간 곳이 외국의 재즈 뮤지션이다. 왜 그들이 대한민국의 사물놀이를 불렀을까. 거기서 에너지를 받고 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라고 경험으로 체득한 진리를 알렸다.

더불어 “지금 무형문화재로 훌륭한 분을 지정하고 전수를 하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될까? 절대 안 된다. 그래서 무형이다”라며 “지금이야 비디오든 뭐든 여러 가지로 기록을 해놓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나. (문화는)시대와 함께 끊임없이 살아 변하는 것이다. 전통과 전래는 다르다”라고 단순히 전통문화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할 것은 무조건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나 메이저 씬의 문화를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김덕수가 바라는 이상적인 조화는 ‘우리의 리듬’이 중심이 되는 가운데 이를 새로운 트렌드로 풀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우리나라가 우리의 리듬을 문화의 중심으로 이끌어나갈 노력도 준비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덕수는 “지금 무형문화재로 훌륭한 분을 지정하고 전수를 하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될까? 절대 안 된다. 그래서 무형이다”라며 “지금이야 비디오든 뭐든 여러 가지로 기록을 해놓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나. (문화는)시대와 함께 끊임없이 살아 변하는 것이다. 전통과 전래는 다르다. 삶의 환경이 바뀌었는데, 임금님 앞에서 하던 걸 지금 하라고 하면 말이 안된다. 그건 그거대로 보존하면 된다”라고 현재 전통 문화에 대한 편협한 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특히 김덕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문화, 그중에서도 음악계는 ‘문화 속국’ 수준으로 서양 음악 이론에 종속돼 있음을 지적했다.

김덕수는 “서양 문화 속국에 대해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한 예로, 과거에는 결혼할 때 한복 한 벌은 무조건 맞췄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다 안한다. 스스로가 한번쯤 잊었던 문화의 가치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한다”라고 우리의 것을 소홀히 하는 풍토를 안타까워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1959년에 국악과가 처음 생겨났는데, 그때 생긴 교육 과정이 지금까지 똑같다. 대학교 국악과를 운영하다보니 이제는 오선지 안주면 연주를 못한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의 기준이 있는데 서양의 피아노가 대장이 된 거다. 거기에 음정을 맞추고 연주를 한다. 물론 그때는 그걸 해야 세계와 같이 간다고 생각했고, 또 알아야했다. 문제는 주객이 전도된 거다”라고 우리 스스로 우리의 전통을 지워가고 있음을 알렸다.

김덕수는 “우리의 화음이 있었는데 그게 다 없어졌다. 예를 들어 우리 음악의 특성은 한음을 가지고 흔드는 건데 이런 특성이 없어져가고 있다. 요즘 국악 창작곡 쓰는 애들이 그런 곡을 안 쓰는 거다. 작곡 이론자체를 서양이론으로 배운다”며 “진화된 게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근본은 살아있어야 한다. 우리 악기는 쓰지만 국악이 아니게 됐다”라고 진정한 국악이 무엇인지를 고민케 했다.

그저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김덕수는 이런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꾸준히 곳곳에서 ‘씨’를 뿌리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김덕수는 “우리의 유연성과 신명을 가르칠 교재와 이론을 개발하는데 10년 걸렸다. 이를 전 세계에 보급해 왔고, 지금까지 로얄티도 하나도 안 받았다. 이제는 이것도 받으려고 한다”며 “또 전 세계 퍼블릭 스쿨에서 사물놀이를 교육학적인 다룰 수 있도록 세계음악교육학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게 성사가 되면 세계 음악교육학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가게 된다”라고 그동안 뿌린 씨앗을 곧 수확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 봤다.

물론 아무리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많은 씨앗을 뿌렸다고 해도, 우리나라 당사자들이 관심이 없다면 모든 게 헛일이다.

이 때문에 김덕수는 진짜 한류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우리의 리듬과 소리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오프닝, 엔딩 프로그램을 다 내가 했다. 유노윤호도 그때 가르쳤다. 그 이전에 신해철, 서태지, 박진영 다 나한테 한수 배웠다. 공부를 해야 한다. 안배우면 안 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예전에 신해철이한테 판소리를 배우라고 했는데, 판소리를 하라는 게 아니라 우리 창법으로 락커가 되라는 의미였다. 모든 젊은 뮤지션이 마찬가지이다. 근본이 우리 신명이면 우리 음악이 되는 거다. 코리언 락, 재즈가 되는 거다. 이게 진정한 의미의 케이팝이라고 본다”라고 젊은 뮤지션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또한 김덕수는 8월 4일부터 9일까지 경북 칠곡에서 열리는 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에 집행위원장의 신분으로 참여해 새로운 시도도 이어간다.

김덕수는 “(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에) 창작 부문이 있다. 모든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의 리듬을 활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사물놀이가 기본이면 비트박스도 우리 거면 되고, 재즈도, 락도 된다. 이 창작부문을 완전히 개방해 대거 활성화 시키려고 한다. 별의 별 소리가 다 나올 거라고 본다”라고 창의적인 사운드의 탄생을 기대했다.

이어 “타악기로만 이야기하면 인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악기가 드럼셋이라고 본다. 두 발과 두 손을 이용한 혼자서 4가지의 악기를 연주하기 때문이다. 우리 것을 세계에 알리려면 이 드럼으로 사물놀이 연주가 돼야 한다”며 “사실 탱고나 볼레로 다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리듬이다. 우리 것도 그렇다. 복잡한 걸 간단하게 만든 게 일반 국악의 장단이고, 판소리 장단도 단순화한 거다. 그게 우리 할아버지 세대에서 이뤄졌다. 지금은 디지털로 된 리듬박스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딱 누르면 덩더쿵 그 리듬이 나와야 한다”라고 단순히 악기에 한정하지 않은 보다 넓은 시야에서의 국악을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1950년대에 전국 농악 대회라는 게 있었다 매년 팔도의 농악 대표가 길놀이를 하고 동대문에서 겨루기를 한다. 그게 전국의 면단위에서부터 겨루기를 해서 각도의 대표를 정했다. 이것처럼 전 세계에서 사물놀이 대표를 선발해서 우리나라에서 최종 본선을 하는 축제를 만드는 게 꿈이다”며 “종주국이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문화국가로 가는 진정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거다. 문화라는 게 하루아침에 음반하나 반짝해서 생겨나고 잊히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이후 바람을 밝혔다.

더불어 “(우리의 것이)생활화 되는 게 있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한다. 우리민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우리 판소리 민요를 멋지게 부를 수 있는 문화 선진국이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덕수,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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