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유희관 14승…두산 토종 좌완 최다승

입력 2015-08-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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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롯데전 8이닝 9K 무실점 호투
1988년 윤석환 13승 기록 경신

두산은 한때 ‘좌완 갈증’에 목말랐던 팀이다. 하지만 이젠 선발 로테이션 세 자리를 왼손투수로 채울 정도다. 그 중심엔 ‘느림의 미학’ 유희관(29·사진)이 있다. 유희관이 구단 역사상 토종 좌완 최다승 신기록을 썼다.

유희관은 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8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3-0 완승을 이끌며 시즌 14승째(3패)를 거뒀다. 다승 단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날 유희관은 109개의 공을 던지면서 4피안타 1볼넷 9탈삼진을 기록했다. 9탈삼진은 데뷔 후 개인 1경기 최다 기록. 지난 4월 28일 잠실 kt전(8이닝 2실점)에서 뽑은 8탈삼진 기록을 뛰어넘었다.

유희관의 ‘손장난’이 빛난 경기였다. 마치 마술을 부리듯, 직구 최고구속 132km에 최저 117km로 직구의 구속만 놓고 봐도 15km 차이가 났다. 여기에 구속 변화와 낙폭이 큰 체인지업(싱커)을 곁들였다. 우타자 상대로 빛을 발했던 유희관의 110km대 체인지업은 이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주무기가 됐다. ‘9K쇼‘를 이끈 구종이었다.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손쉽게 이끌어냈다.

유희관은 이날 두산 구단의 새 역사를 썼다. 역대 토종 좌완 최다승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기존 기록은 1988년 윤석환(현 선린인터넷고 감독)이 거둔 13승이었다. 유희관은 2004년 게리 레스가 세운 팀 좌완 최다승(17승) 기록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경기 후 유희관은 “솔직히 탈삼진 기록은 의식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알았다. 그것보다는 팀 역대 토종 좌완 최다승을 한 게 의미 있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웃었다.

1회 위기를 넘기면서 유희관은 편안하게 마술을 부릴 수 있었다. 1회말 2사 1루서 아두치에게 큼지막한 2루타를 맞았으나, 중견수 민병헌∼유격수 허경민∼포수 양의지로 이어지는 확실한 중계플레이로 1루주자 정훈을 홈에서 아웃시켰다. 유희관은 “유독 1회 실점이 많았는데 그 수비 덕에 잘 넘길 수 있었다. 야수들이 중계플레이를 잘해준 덕에 8회까지 끌고갈 수 있었다. 야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8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상대 에이스 린드블럼도 그의 피칭을 도운 셈이 됐다. 유희관은 “상대가 좋아서 그런지, 점수를 주지 않고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투수는 빠른 공을 던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유희관은 이러한 생각을 뒤집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구속이 안 나오는 투수들에게도 희망을 안긴 것, 이게 바로 유희관이 부린 마술이다.

울산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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