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재원이 100안타 공을 못 챙긴 이유

입력 2015-08-07 1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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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재원. 스포츠동아DB

“하필이면 100번째 안타가 홈런이라니….”

타자에게 홈런은 언제나 반가운 손님이다. 그러나 SK 이재원(28)에게는 한순간 얄궂은 인연이 되고 말았다. 이재원은 7일 포항 삼성전에 앞서 “100안타 공을 꼭 챙기려고 굳게 다짐했는데, 하필 담장을 넘어가는 바람에 못 찾았다”고 짐짓 울상을 지어 보였다.

이유가 있다. 이재원은 지난해 데뷔 9시즌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100안타를 돌파했다. 전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100안타 고지를 밟았을 만큼 무서운 페이스였다. 이재원은 “경기가 끝나고 ‘내 100안타 공 못 봤냐’고 물어봤더니 다들 ‘올해 200안타는 칠 것 같아서 100안타는 그냥 넘겼다. 200안타 공을 챙겨 주겠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이후 139안타로 시즌을 끝내서 아무런 공도 갖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올해는 더 의지를 불태웠다. 100안타가 가까워오면서 이미 신민철 1군 매니저를 비롯한 주변에 “이번에는 100안타 공을 꼭 챙기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해 놓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100번째 안타를 6일 포항경기 7회 좌월 2점홈런으로 기록하게 된 것이다. 이재원은 “홈인 문학구장이었으면 차라리 찾기 쉬웠을 텐데, 포항이라 경기 중에 외야까지 가서 찾아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이렇게 올해도 100안타 공이 물 건너갔다”고 아쉬워했다.

이재원이 현재 보관하고 있는 자신의 기념공은 데뷔 첫 안타 공밖에 없다. 입단 이후 오랫동안 음지에 묻혀 있다가 이제 SK의 간판타자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는 이재원이니, 하나씩 기념할 만한 추억을 쌓아가고 싶은 게 당연하다.

다행히 올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많은 이정표가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원은 현재 타율 0.300(333타수 100안타)에 11홈런, 8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 조인성이 2010년 LG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타점(107점)은 물론, 2004년 이호준(현 NC)이 남긴 역대 SK 타자 한 시즌 최다 타점(112점) 기록 경신도 가능한 페이스다. 이재원은 “앞으로 100번째 타점을 올릴 때는 꼭 기념공이 내 손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나는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고 계속 배워가는 선수다. 조금씩 경험이 쌓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포항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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