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장기 조교사 “경주마 한마리로 ‘삼관마’ 역사 쓰고 싶다”

입력 2015-08-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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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장기 조교사가 지난 16일 300승 기념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 조교사는 “제 손으로 삼관마를 배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민장기 조교사의 경마인생

늦은 나이 입문에 냉대와 괄시 심했지만
조교사 입문 10년만에 일군 ‘300승’ 고지
매일 관찰하고 공부…“대상경주 우승 꿈”

“꿈이요? 제 손으로 3관마를 배출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3관경주(3세마들이 출전하는 KRA컵마일, 코리안더비, 농림부장관배 등 3개 대상경주)를 우승한 조교사는 있었지만 경주마 한 마리로 3관경주를 휩쓴 조교사는 아직 없습니다. 경마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올 6월에 ‘아메리칸파로아’가 37년 만에 삼관마로 등극했을 만큼 힘든 일이죠. 한국경마의 새 역사를 제 손으로 쓰고 싶습니다.”

렛츠런파크부산경남 민장기(48) 조교사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자신의 큰 꿈을 이야기하곤 쑥스러운 듯 웃었다. 곧이어 “정말 꿈이죠. 그러나 간절히 소망하고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민 조교사는 지금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대망의 300승 고지를 넘었다. 조교사 입문 10년 만이다. 동료들과 마주들이 모두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을 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가시밭길 같은 조교사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 300승을 일군 힘은 냉대와 괄시

민 조교사는 많은 조교사들이 그렇듯 기수 출신이다. 1989년 과천에서 처음 말 등에 올랐다. 지금처럼 큰 말(더러브렛)이 아닌 조랑말이었다. 이듬해 10월 제주경마장이 개장될 때 제주로 적을 옮겼다. 그곳에서 14년 조랑말 기수를 했다. 그는 “최고의 기수는 아니었지만 늘 2,3위는 했다”고 말했다. 은퇴 후 제주에서 2년간 조교사생활을 했다. 제주에서 기수와 조교사로 꽤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는 2014년 5월 새로운 꿈을 위해 제주 조랑말 경마생활을 청산했다. 그리곤 곧바로 렛츠런파크부산경남에서 조교사 면허를 취득해 본격적인 더러브렛 조교사로 입문했다. 40대 초반이었다. 그러나 벽은 높았다. 생각지도 못한 냉대와 괄시를 받았다. 제주에서의 조랑말 기수와 조교사 생활 때문이었다. 그에겐 ‘천형’과도 같았다. 마주는 “조랑말을 다룬 사람이 무슨 조교사냐?”며 비아냥거렸다. 말을 맡기려 하지 않았다. 동료조교사들도 같은 조교사로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왕따’였다.

그럴 만도 했다. 조랑말과 더러브렛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단단하고 병치레가 거의 없는 조랑말과는 달리 더러브렛은 조금만 무리하게 운동을 시키면 ‘문제’가 발생했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럴수록 그는 말에 더 몰입했다. 믿을 건 실력 밖에 없었다. 공부하고, 관찰하고, 연구하고, 어깨너머로 배우는 일을 반복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

성실과 실력은 성적으로 보상받았다. 2005년 조교사 생활 첫해 13승을 일궈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자신감을 갖기엔 충분한 승수였다. 2006년 19승, 2008년 25승을 추가하더니 2010년에는 통산 100승 기수로 등극하면서 그해만 32승을 챙겼다. 그의 능력을 의심하던 마주와 동료 조교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마주들이 맡기는 경주마가 늘어나고 출전횟수가 많아지면서 2013년에 200승을 돌파하고 지난 7일엔 대망의 300승을 달성했다. 렛츠런파크부산경남 활동 조교사중 8번째였다. 그날 그는 내리 3승을 솎아내면서 301승을 거머쥐었다. 그의 성적표는 19일 현재, 통산 전적 2,964전 302승 2위 333회, 승률 10.2%. 복승률 21.4%다.


● ‘석세스스토리’와 함께 경마인생 ‘석세스스토리’


민 조교사는 오롯이 앞만 보며 뚜벅뚜벅 그의 길을 걸었다. 300승도 곁눈질하지 않고 말에만 천착했던 그에게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많다. 그에겐 아직 대상경주의 우승마가 없다. 그는 “300승을 달성했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작은 목표가 있다. 생애 처음으로 대상경주에 우승하는 게 그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꿈을 실현시켜 줄 파트너는 ‘석세스스토리(국산,4세,수)’다. ‘석세스스토리’는 그의 관리마중 유일하게 대상경주 출전 경험이 있다. 15전 9승, 2위 1회의 최상급 국산마다. 그는 오는 9월 오너스컵 대상경주에 ‘석세스스토리’를 출전시킬 계획이다. 요즘 집중적인 새벽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다. 그는 “웬지 느낌이 좋다”고 했다. ‘석세스스토리’가 쑥쑥 커갈 때 그의 경마인생도 ‘석세스스토리’를 써내려 갈 수 있을 것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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