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완벽한 로저스, 2001년 삼성 갈베스 넘는다

입력 2015-08-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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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에스밀 로저스는 시즌 도중 영입된 용병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즌 도중 영입한 투수 중 가장 압도적 피칭을 자랑했던 삼성 발비노 갈베스(2001년)를 뛰어넘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로저스(오른쪽)가 22일 광주 KIA전 완봉승 직후 포수 조인성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시즌 도중 영입 용병의 성공사례

갈베스, 40일만에 7승 불구 돌발행동 말썽
로저스 4G 3승·방어율 1.31…인성도 최고


흔히 시즌 도중 영입하는 외국인선수는 실패 확률이 높다고 한다. 종종 “바꾸기 잘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거기서 거기’인 선수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한화가 쉐인 유먼을 내보내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30)는 그야말로 ‘대박 중의 대박’이다. 야구계에선 괴력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로저스를 두고 “시즌 말미인 8월에 어떻게 이런 투수를 영입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 4경기 중 3경기 완투…한화의 희망봉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은 관심이 집중됐다. 5위를 놓고 다투는 양 팀의 대결인 데다 국내 최고 좌완투수인 KIA 양현종과 로저스의 선발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로저스의 완승이었다. 양현종은 투구수(126개)가 많아 6이닝 6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 후 먼저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로저스는 빠른 템포의 공격적 투구로 123개의 공으로 9회까지 책임졌다. 이날 최고 구속은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인 시속 158km였다. 5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3-0 승리를 책임지며 완봉승을 거뒀다. 6일 대전 LG전 완투승, 11일 수원 kt전 완봉승을 포함해 4경기에서 3완투승(2완봉승 포함) 무패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1.31(34.1이닝 5실점)이다.

유일하게 승리를 올리지 못한 경기가 16일 포항 삼성전이었다. 당시에도 7회까지 1실점하며 4-1로 앞서다 8회 4-2로 쫓긴 뒤 계속된 1사 1·2루 위기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요건은 갖췄다. 그러나 후속 투수인 권혁이 선행주자를 들여보내면서 승패 없이 피칭을 마쳤다.


● 압도적 피칭 갈베스와 닮은 점-다른 점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시즌 도중 영입된 투수 중 가장 압도적 피칭을 자랑했던 투수를 꼽자면 2001년 삼성에 입단한 발비노 갈베스를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살로몬 토레스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5월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갈베스는 폭풍을 일으켰다. KBO리그 데뷔전이던 5월 18일 대전 한화전부터 빈볼 시비를 일으키며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더니 40일 만에 무려 7승(1패)과 방어율 1.46을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 다승왕 출신다운 압도적 피칭을 뽐냈다. 그러나 일본 요미우리 시절(1998년)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강판 도중 심판에게 강속구를 던졌던 악동은 한국에서도 경기 중 자주 흥분했다. 그리고 15경기 만에 완투를 5차례(2완봉 포함)나 해내며 옵션인 10승(4패·방어율 2.47)을 채우더니, 결국 사고(?)를 쳤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며 미국으로 간 그는 무려 7차례나 재입국 약속을 어기다 현지로 급파된 직원의 설득으로 한국시리즈 직전에야 돌아왔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1·4차전에서 실망스러운 투구로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로저스는 성격과 팀 케미스트리 측면에서 갈베스와 정반대다. 22일 KIA전에서 관중과 대치하며 흥분한 이용규를 달랠 정도로 마운드에선 냉정한 승부사다. 등판일이 아닐 때는 동료들의 훈련을 돕고, 앞장서서 덕아웃의 냉장고에 생수를 직접 채워 넣기도 한다. 한번 안면을 튼 기자에게는 먼저 다가와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친화력도 빼어나다.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거만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실력과 인성 모두 역대급이다.

광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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