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아저씨’, 드라마 ‘앵그리맘’ ‘신분을 숨겨라’ 등을 통해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김태훈(39)이 캐릭터 뽀로로의 것을 연상하게 하는 안경을 끼고 등장했다. 작품을 통해 느껴진 거칠고 무서울 것 같은 이미지와 전혀 달리 스스로를 “귀여운 성격”이라고 소개하며 부끄러워했다.
“저 나쁜 역할 안 어울리지 않나요? (웃음) 물론 못난 모습조차 제 안에 있는 거겠죠. 연극을 했을 때는 로맨스, 마피아, 코믹을 소화했었고요. 영화 ‘남쪽으로 튀어’(2012)에선 찌질한 선생님 역할도 해봤어요. 다양하게 저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점이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인 거 같아요.”
올해 14년차 연기자인 그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연극 무대로 첫 걸음을 뗐다.
“‘연극을 10년 이상 해야 한다’고 선배들이 말씀하세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요. 저는 연극을 4년 했거든요. 그래서 어디 가서 ‘연극 했어요’라고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을 하다가 2005년에 독립 영화를 찍었죠. 그 당시엔 소속사도 없었는데 신기하게 광고를 찍게 됐고, 드라마 미팅도 했어요.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영화 ‘아저씨’를 통해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죠. ‘아저씨’ 이후로 드라마, 영화에 보다 풍부하게 출연할 수 있게 됐거든요.”
지난해 연극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참여할 수 없었다. 그는 “언젠가 연극을 다시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뮤지컬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제가 노래와 춤을 못해요. 지금까지 뮤지컬만 유일하게 못해 봤죠. 어렸을 때는 노래를 잘 하는 줄 알았어요. 대학생 시절 김민종, 김동률의 발라드를 노래방에서 불렀는데 곧잘 한다고 느꼈거든요. 근데 시간이 지나 저만의 스타일로 불러보려하니 음정, 박자 다 엉망이더라고요.”

그는 ‘왜 빨리 잘 되지 않을까’라는 좌절보다는 작품을 할 때마다 부딪혀야 했던 한계에 대한 고민들로 10여년 동안 성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좌절 덕분에 JYP라는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JYP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지 1년이 조금 넘었어요.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회사더라고요. 특히 JYP는 제 의견을 존중해줍니다. 상업적인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안 돼’라고 하지 않아요. 저는 올해도 독립영화를 찍었죠. 여러 가치들을 인정해주는 부분이 좋아요. 또 최우식, 윤박 등 소속 배우들도 선하죠. 저를 포함한 JYP 소속 배우들 모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저 JYP 소속 가수들의 음원이 출시되면 다 들어요. (웃음)”

단역부터 조연, 주연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극을 만들어갔다. 당연히 주인공에 욕심을 낼 법 하지만 김태훈은 “작품이 1순위”라고 소신을 이야기했다.
“주연이 욕심나지 않습니다. 솔직한 마음이에요. 물론 가장 좋은 건 좋은 작품 안에선 주연을 하는 거긴 해요. 분량이 많으니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1순위는 좋은 작품이에요. 좋은 작품 속 작은 역할은 촬영하면서도 정말 재미있거든요.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저는 다작을 추구하진 않아요. 단지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들이 연달아 들어왔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조급해하기 보다는 인연이 닿는 다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겠죠?”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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