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석의 광대 그리고 광대(廣大)

입력 2015-08-29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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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광대승천’ ‘조정석 현실웃음’.

배우 조정석(35)이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에 출연하면서 얻게 된 연관 검색어다. 극 중 파트너 박보영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조정석의 표정이 화제가 된 것이다. 조정석은 종영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유명해진(?) 광대를 또 씰룩거렸다. ‘오나귀’를 추억하면서 한 번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을 이야기하면서 또 한 번.



◆ ‘막둥이’ 조정석의 대가족 여행 계획

‘오나귀’에서 분한 강선우 셰프는 오그라드는 말도 서슴지 않게 하는 허세남이다.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허세가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달달함을 배가시켰다.

조정석은 “강선우는 연애를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닌 거 같다. 단지 강선우의 말투, 행동이 여성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질 뿐”이라며 “실제 나는 오글거리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근데 연애를 하다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채팅 메신저에서도 이모티콘 같은 것도 쓰게 되더라”고 캐릭터와 자신의 다른 점을 이야기했다.

강선우는 나봉선(박보영)·신순애(김슬기)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집안의 듬직한 장남으로서 여동생 부부의 가슴 아픈 사연을 곁에서 지켜봤다.

실제 조정석은 3남1녀 중 막내다.

“큰 누나와 19살 차이가 나요. 저는 늦둥이에 막둥이죠. 다 결혼을 하셨어요. 저 조카들도 많아요. 친조카만 다섯 명이죠. (웃음) 아무래도 제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세요. 근데 ‘오나귀’에선 젊은 엄마가 있었잖아요. 신기했고, 비교할 수 있어서 신선하기도 했죠.”

‘오나귀’의 차기작은 영화 ‘저널리스트’다. 조정석은 영화 ‘형’ 촬영도 앞두고 있다. 쉴 새 없이 일하면서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저도 쉬고 싶죠. 올 여름에도 물에 발 한번 담가보지 못했어요. 근데 들어오는 작품을 읽다보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출연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도 올해는 꼭 가족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대가족이 이동하는 셈이죠. 어머니 호강시켜드리고 싶어요. 비행기를 타 보고 싶으실 거 같거든요. 해외는 피곤하시니까 가까운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고 해요. 트위터를 다시 시작할 건데 가족 여행간 사진을 꼭 올리겠습니다.(웃음)”



◆ 박보영 앞 ‘이성’ 찾은 조정석

강선우 셰프를 이야기하면서 나봉선, 박보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박보영은 있는 그대로가 애교다. 사랑스럽다. 어떻게 내 광대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라고 함께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촬영하면선 많이 설렜어요. 박보영과 연기 방향도 함께 의논했고요. 박보영이 가지고 있는 연기에 대한 생각들이 상당히 깊더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 해요~’라고 말하며 들이대는 여자를 어떻게 만나봤겠어요. (웃음)”

배우에게 가상과 현실을 분리하는 능력은 캐릭터에 몰입하는 집중력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한없이 감성적인 사랑 장면이지만 조정석은 이성을 잃지 않았다.

“연기에는 진정성이 전제가 돼야 해요. 그렇다 보면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을 때도 있죠. 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을 정확히 지키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공연했을 때 어두운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데 여운을 계속 가져가다보니 공연이 끝나고도 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그때부터 분리하려고 했죠. 저는 컷 소리와 함께 찍었던 장면을 다시 되새겨봐요. 오로지 박보영을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진짜 사귀는 거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을수록 칭찬으로 들려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박보영과 10살 나이차를 극복한 동안이기도 하다. 그는 “노력하는 거라곤 피부 관리, 화장품 열심히 바르는 것밖에 없다”며 “나는 때론 나이 들어 보이고, 때론 어려보이고 싶다”고 배우로서 스스로가 원하는 얼굴을 이야기했다.

“연기를 하다보면 못생겨 보일수도 있잖아요. 다양해지고 싶어요. 개봉을 앞둔 ‘저널리스트’에선 사회부 기자를 연기했어요. ‘오나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겁니다. 배우로서 나이 들어가는 게 좋아요. 주름이 깊어지지만 않는다면 주름이 하나씩 생기는 게 좋죠. 40대가 됐는데 20대 초반 역할을 하면 이상할 거 같아요.”

20대에는 광대(廣大)의 끝을 보겠다는 연기 열정으로만 가득했다. 30대 중반의 그는 인간 조정석과 배우 조정석의 차이를 점차 좁혀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아직 구체적인 결혼 계획은 없지만 미래의 자녀를 생각하면 뒤쳐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친구들이 다 아빠가 됐거든요. 배우로선 나이 먹는 게 흥미롭지만 인간적으로는 제 아이에게 나이 많은 아빠가 될까봐 걱정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 조정석만 생각했다가는 인간 조정석으로서 주위 사람들을 서운하게 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분명히 두 개가 만나는 지점이 있을 거예요. 그 교차점을 찾고 있죠. 죽을 때까지 철없길 바랐는데 자꾸 철이 드는 거 같네요.(웃음)”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문화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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